매일신문

야고부-하회마을의 혜민서

"그분은…땅 속을 흐르는 물 같은 분이셨지. 태양 아래 이름을 빛내며 살기는 쉬운 법이란다. 어려운 것은 아무도 모르게 땅 속을 흐르며 목마른 사람의 가슴을 적시는 거지" 인기 드라마 '허준'에서 '동의보감'을 완성한 뒤 다시 어의(御醫)가 돼 달라는 광해군의 부탁을 거절하고 산음에서 역병환자를 돌보다 자신도 같은 병에 걸려 숨을 거둔 허준의 무덤을 찾은 의녀 '예진'이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한 회상이다.

드라마 '허준'의 폭발적인 인기 비결은 서자 출신의 그가 어의가 된다는 성공담과 심의(心醫)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휴머니즘이 결합돼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인기 만큼이나 숱한 기록과 화제를 낳았으며, 사회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탑산에는 허준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고, '허준 봉사대'도 등장했다.

안동 하회마을에도 드라마 '허준'에 소개된 전통 한의원을 본떠 만든 '하회 전통약국 혜민서(惠民署)'가 다음달 초순 문을 연다고 한다. 명성한방병원이 하동고택 옆의 정면 6칸, 측면 5칸의 '□'자형 기와집을 임대해 꾸미고 있는 이 한의원은 고증을 거쳐 조선시대 모습 그대로의 병실과 조제실.진료실 등을 갖추고, 전통 약용찻집을 두어 여행객들에게 쉼터도 제공하게 된다.

병원측은 침술과 처방에 능한 한의사 1명과 함께 드라마 '허준'에서 인기를 끌었던 '예진 아씨' 스타일의 의녀 복장을 한 간호사 등 의료진 5, 6명 모두 전통복장 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 해외 관광객들에게 한방의 우수성을 풀이해 줄 수 있도록 외국어 실력을 겸비한 의료인을 물색중이기도 하다.

조선조 신분사회의 반상이 함께 살았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우리 고유의 고장인 화회마을은 지난해 영국 여왕이 다녀간 뒤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옛것을 그대로 보전, 국제적인 관광자원으로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내는 데는 숙제들이 적지 않다. 이번 '혜민서'의 등장이 그 큰몫을 하고, 새 바람을 일으키는 또 하나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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