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전공의 파업 한달 이제 결단을 내리라

아직 사회 경험이 적고 순수하다고 말해 좋을 전공의들이 대학병원들을 떠난지 어느덧 한달이 됐다. 우리 의대 교수들은 올바른 진료는 하지 못하는 채 비상 대기와 응급 환자 진료, 그리고 당직 근무로 버티면서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거머쥐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 결단을 내리라! 사태를 더 길게 끌고 가면 정말 안된다. 이제 한계에 왔다. 이제 이 시점에서 정부에 요구하고자 하는 것은 딱 한가지. 결단을 내리라! 칼자루를 정부가 쥐라!

환자들만 골병들어

지금 시행하고 있는 형태의 의약분업이 정말 옳다고 생각한다면 파업하는 의사들을 처벌하라. 그리고는 정부의 뜻대로 더 강력하게 추진하라. 만약 그렇잖고 전공의와 의사들 요구가 정당하다면, 과감히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현명함을 보이라!

지난 한달은 의사와 환자들 모두에게 너무나 힘겹고 긴 시간이었다. 그 동안 정부는 현재 방식의 의약분업이 옳고 의사들은 집단 이기심에 매달려 있다고 비난만 해 왔다. 그러나 비난만 해서 해결된 것이 뭐 있나? 결국 환자들만 골병 들고 있지 않은가? 환자들을 진짜 죽일 작정인가?

애원이라도 하고 싶다. 이제 결단을 내리라! 더우기 의약분업을 포함한 의료체계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여서, 본질적인 원칙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을 수 없는 문제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그저 "집단 이기주의에 지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얼른 보기에 대단한 듯한 무지렁이식 결의만 내비치고 있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줄 만큼 줬지 않느냐고만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환자들만 더 깊이 병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50여년을 대치하던 남과 북도 만나는데, 어째서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을 사이에 두고 끝도 보이지 않는 대치 국면으로만 내닫고 있는가. 어찌 답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적당한 타협 안될 말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부는 과연 무엇일까? 이같은 사태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참된 국민을 위한 정부일까? 정책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투명하고 깨끗이 페어플레이 할 수 있는 정부가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부가 아닐까?

정부도 사람으로 이뤄진 조직이니 때로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된 정책을 입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됐음을 알게 됐을 때는 깨끗이 시인할 줄 알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더욱 더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믿음을 살 수 있으며, 힘있게 국민들을 이끌어 갈 수 있으리라.

모두 피해자 되기전에…

이번 사태가 지금같이 더 이상 계속 된다면 문제는 정말 풀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 들 것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정부 또한 해결 명분을 점차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들 모두가 패배자, 피해자가 되는 불행한 결과가 초래 될 것이다.

의료계는 이제 의약분업 문제의 차원을 지나, 잘못된 의료체계 전부를 개혁해야 한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점차 불안한 정도를 지나 공포감에 빠져들고 있다. 병원들은 이제 나머지 의사들까지 지쳐 정말로 의료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불안하고 불안하다.

정부는 더 이상 갈팡질팡 하지 말라. 국민들은 고통을 당해도 괜찮은 존재들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결정하고 선언하라! 결단을 내리라! 그래야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영래(경북의대교수.산부인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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