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벼랑끝 대구경제-'우방쇼크' 파장

"지역에 또 한번의 IMF가 오는가"97년 외환위기로 혹독한 고통을 겪었던 대구.경북이 또다시 뿌리부터 흔들리는 경제위기에 처했다. IMF체제 졸업이 논의되는 마당에 우방 부도라는 '핵폭탄'을 맞으면서 자멸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지역 경제에 닥친 위기는 사실상 외환위기때의 어려움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는 나라 전체에 닥친 어려움인데다 전세값 하락, 물가안정 같은 긍정요인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처럼 회복국면으로 나간다는 기대를 가진 상태에서 터진 악재여서 충격의 정도가 오히려 더 심할 것이란 얘기다.

당장 곳곳에서 우방 충격파에 따른 피해현상이 속출할 전망이다.

추석을 불과 보름 앞둔 시점이어서 1천여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임금은 물론 직장 마저 잃은채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했다. 수많은 입주(예정)자들은 내집 마련의 꿈을 송두리째 날릴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다.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시중에서 어음을 할인받은 경우가 많아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 사태가 밀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건설사업에 미칠 파장은 더 심각해서 사실상 지역 건설업은 붕괴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우방쇼크를 지켜본 이들이 이제 어느 회사를 믿고 아파트 분양에 참여하겠느냐는 얘기다.

경기를 좌우한다는 평을 들어온 건설.부동산업의 심각한 침체가 불가피하므로 서비스산업 전반에 걸친 불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잖아도 영세한 지역 금융기관들은 우방 부도 및 그 여파로 인한 하청업체 도산 등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영세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 마디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헤매온 지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지역민들의 상실감, 위기감이다. 경제주체인 시도민들이 의욕을 갖지 않고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경제가 살아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방의 좌초로 이제 대구에서 전국적 명성과 지명도를 가진 업체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시민들은 단순히 우방이라는 기업 하나가 무너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 경제가 끝없이 추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다.

새한, 금강화섬, 대하합섬 등 지역 중견 섬유업체들의 잇단 좌초에 이어 마지막까지 버텨오던 지역 최대 건설업체 우방의 최종부도 및 법정관리 신청은 엄청난 위기감으로 지역 경제.사회 전반을 짓누를 것으로 우려된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