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도망령 주택시장 얼어 붙어

"분양사업이든 공사수주든 대구에서 주택건설업체가 할 일이 있을지 의문입니다"대구 영남건설 안승렬 영업부장은 우방부도 이후 지역 주택.건설 경기전망을 이처럼 잘라 말했다.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지역 주택.건설업계는 우방부도 사태가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를 전후해서 빚어진 '부도망령'의 전주곡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때 아파트 사업으로 전국에 명성을 떨친 '빅3'(청구.우방.보성) 중 유일하게 버티던 우방마저 부도가 났다는 점, 이로 인해 1천여 협력업체가 연쇄부도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는 것.

우방쇼크는 IMF 이후 겨우 회복세를 보인 아파트 분양시장을 다시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우방은 물론 지역 주택업계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우방부도설이 돌던 6월부터 이같은 징후는 뚜렷했다. 당시 분양을 시작한 지역의 2개 업체는 계약률이 기대치에 훨씬 못미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 분양을 계획한 화성산업, 영남건설, 태왕, 청구 등은 분양에 자신감을 잃고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선 분양사업을 해야 하나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 경우 심각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며 "주택업체의 생명은 소비자의 신뢰에 달렸는데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업체들이 신규 사업을 포기하거나 중단할 경우 여파는 바로 협력업체들에게 미친다. 자금난을 겪는 영세업체들은 잇따라 도산하게 되며 용케 생존하는 업체라도 일감을 찾아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의 대거 이동이 불가피해 지역 주택.건설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것으로 우려된다.

택지를 조성한 업체도 난감하다.

택지 조성이 끝난 북구 동서변지구의 경우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얼마전 선계약을 한 업체들에 계약조건을 완화, 연말까지 아파트 사업 개시를 목표로 잡아 활기를 띨 듯했으나 이젠 불투명한 상황.

칠곡지구나 최근 택지분양을 시작한 동구 동호지구 등도 마찬가지 형편이 됐다.가뜩이나 침체된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 매매거래도 찬바람을 맞았다. 전세물량은 부족해 야단인데도 매매거래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정도.

부동산중개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매물은 이어지는데 사자는 주문이 별로 없다"며 "그나마 전매물량이 있어 기대를 했는데 이마저 시장이 죽어버렸다"고 한숨지었다.

건설경기도 매한가지.

관급공사 발주 물량은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업체수는 되레 증가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99년부터 올해 5월까지 부도업체는 73개이나 신설업체는 무려 476개에 이른다. 여기에 일부 관급.민간수주 공사의 경우 입찰 자격이 강화돼 지역업체는 입찰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공사도 많다.

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 관계자는 "서울 등 외지업체가 지역에서 발주된 하도급공사의 60~70%(금액기준)를 수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 일부에서는 주택.건설업계 경우 IMF 이후 생존에 급급해 제대로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할 겨를이 없었는데 이번 시련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존 주택업체의 분양 일변도 사업형태가 임대, 리모델링, 빌딩관리업, 컨설팅개발업 등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업체 한 간부는 "주택경기의 잠재적 불안 요인인 우방의 부도가 현실화됨에 따라 당장의 충격은 크지만 일정 기간만 지나면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金敎榮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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