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원일 장편소설 '가족'

분단과 이데올로기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 김원일씨가 3대에 걸친 실향민 가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고뇌를 그린 장편소설 '가족'(문이당 펴냄)을 펴냈다.

김씨의 이전 작품들이 과거 시점에서 우리가 겪은 사건과 문제점들을 더듬어가는 구조가 주류를 이뤘다면 이번 소설은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의 정체성을 짚어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신이라 할 수 있다.

실향민 김옹의 미수(米壽)축하연에 온 가족, 친지들이 모이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하나씩 풀어내면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들춰낸다. 냉면집을 운영중인 장남 치효와 사이비종교에 빠진 며느리, 알콜 중독자인 둘째 아들 시규. 또 외국여성과 결혼한 장손자 용규, 자폐증 증세에 시달리는 시규의 아들 동채, 운동권에 뛰어든 손녀 선결, 큰 형의 여자를 사랑하다 방황하는 치효의 아들 준 등 세기말의 현란한 속도감과 복잡한 사회구조에 적응하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군상들의 모습이다.

작가는 요식업으로 성공한 한 실향민 1세대와 금융위기 사태 등 우리 사회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2세대와 3세대의 삶을 통해 실향의 아픔과 물신화 현상, 신세대들의 탈윤리성 등의 문제점을 형상화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가족'에서 이런 주인공들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고 끝낸다. 모든 상황을 20세기에 국한시키고 21세기에 일어날 일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삼대에 걸쳐 급격히 변모하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담보한 이 작품은 한국인 삶의 보편적 모습을 보려했다는 점에서 염상섭의 소설 '삼대'와 대응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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