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OFA개정은 웃기는 일"-한국여성 살해 미군 망발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에 대한 개정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92년 미군클럽 여종업원 윤금이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복역중인 주한미군 케네스마클(Kenneth Lee Markle Ⅲ. 28)이병이 최근 한 영자 일간지에 SOFA개정 움직임을비판하는 글을 투고,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30일 주한미군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대표 문대곤 목사)에 따르면 마클이병은 지난 21일자 지방판 모 영자지 6면 독자투고란 'Readers' Voice'와 이 영자지 인터넷 홈페이지 독자투고 게시판에 'SOFA를 왜 고치나'(Why Change SOFA?)라는 글을게재, "한국의 시민단체들에 떠밀려 현재 논의되는 SOFA개정은 웃기는 일('ridiculous')"이라고 강변했다.

지난달 21일자 이 영자지 독자투고란에 실렸던 'SOFA는 개정돼야 한다'는 한 현역미군의 글에 대한 반박문 형식의 이 글에서 마클이병은 한국법정을 "영어 한마디못하고 때때로 재판 내내 자고 있는 재판관들 ","재판과정에서 정당한 법적 절차란완전히 무시된다(Due process is a joke)" 등으로 비하하며 "우리를 저주하고 욕하는 한국인들의 손에 미국인들을 내맡겨둘 수는 없다"고 격앙된 논조를 폈다.

또한 현 SOFA와 관련, "형이 확정되는 시점 이전에 미군에 대해 취조와 조사 등무제한적인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당국에 신병을 넘길 필요는 눈곱만큼도 없으며 미국영내를 벗어났다고 해서 미국인으로서의 헌법상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 2월 이태원에서 술집여종업원을 목졸라 살해한 매카시(McCarthy)상병의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지적하면서 "현SOFA가 미국인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사실에 분노하고 미국인을 보호하는 쪽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신문사측은 우편과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 마클이병의 투고를 실었다가 뒤늦게투고자의 신원을 알고 본판과 인터넷 게시판에서 삭제했으나 천안소년교도소측은 "수감자들의 인터넷 통신이 불가능하다"며 인터넷을 통한 투고 사실은 부인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 이소희(27.여)간사는 "잔인한 살인범이 반성은 커녕 SOFA규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왜곡된 주장을 펼친 것은 말도 안된다"며 "단순히 마클 이병의 개인적인 시각이라기 보다는 미국인, 나아가 미국 협상 당국의 편향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인 만큼 항의 시위 등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 차승렬(31) 사무국장도 "불평등한 SOFA 때문에 같은 범죄를 저지른 국내인보다 훨씬 가벼운 형량을 받은 파렴치범이 교도소에서 인터넷 등을 사용해 이러한 후안무치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현 SOFA가 얼마나 불평등한 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면적인 SOFA개정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클이병은 지난 92년 10월 28일 사귀던 미군클럽 여종업원 윤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지난 94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현재 천안소년교도소에 수감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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