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전대후 역학구도

민주당이 30일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차기 대권구도를 앞둔 여권내 권력구도 재편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1, 2위를 차지한 한화갑, 이인제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급속한 세력재편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동교동계의 좌장격이던 권노갑 최고위원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1위를 차지함에 따라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차기 당권은 물론 대권에까지 한 위원이 영향력을 갖게된 것이다.

이같은 당내 역학구도를 반영하듯 3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서영훈 대표를 중심으로 좌우에 한화갑, 김중권 위원이 앉았다.

서 대표는 "명실상부한 새로운 지도부가 형성됐다"며 "힘있는 여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심단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위원은 김중권, 김근태, 정동영 최고위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7인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4명이 한 위원 세력이라면 권 고문은 이인제, 박상천, 정대철 위원과 가깝다.

'막후'실세의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전면에 나서게된 권 최고위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는 "당의 중심에 서서 조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정'의 의미에 대해 "서 대표를 빼고는 내가 최연장자"라고 답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한 위원과의 갈등에 대해 "의견의 차이는 있어도 근본적으로는 다 같다"고 했지만 예전같은 막강한 실세역할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 최고위원의 힘은 막강하다"며 한 위원이 우위에 서게 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40대 기수론을 기치로 내걸면서 '바꿔'열풍을 일으킨 정동영 최고위원의 당선은 그가 차기 주자군에 들었다는 의미뿐 아니라 당내 개혁과 변화의 중심점을 개혁세력의 대표를 자임해 온 김근태 최고위원과 나누게 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장태완 대구지부장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것은 차기 대선구도를 염두에 둔 김대중 대통령의 영남권과 군 출신에 대한 배려와 포석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당분간 민주당은 동교동계의 분화와 중진들의 이합집산, 개혁 소장파들의 목소리 등이 아우러지면서 세력재편의 소용돌이 휩싸일 전망이다. 때문에 서 대표의 관리체제가 당내세력 재편의 와중에서 조율된 목소리를 내고 정국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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