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봄날 하루살이가 베짱이를 찾아갔다. "베선생, 이제 나와 함께 죽을 준비를 합시다"
"아니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저 태양을 보시오. 조금전만 하더라도 박달나무 그림자가 서쪽으로 길게 드리웠는데 잠깐 한 숨 자다 일어나니 그림자는 동쪽으로 가고 있소. 이제 머지 않아 세상은 암흑으로 변할 것이고 생명체들은 죽음을 맞습니다. 그러니 미련을 두지 말고 저와 함께 떠날 준비를 합시다"
"아니오. 내일은 옵니다. 저 태양은 다시 뜹니다. 낮과 밤의 차이가 있을뿐 태양은 땅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소. 오늘 우리가 보지 않았소. 농부가 씨를 뿌리는 모습을 말이오. 그건 내일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오. 희망을 갖고 내일이란 것을 기다려봅시다"
"아이고, 무식한 양반같으니 눈 앞의 현실을 보고서도 그런 말을 하다니…"
하루살이는 베짱이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다음날 아침 베짱이는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어리석은 하루살이"라고 중얼거렸다. 고추잠자리가 눈에 띄게 줄고, 감은 나날이 붉어지고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하던 어느 날 노래연습을 하던 베짱이는 깜짝 놀랐다. 목에서 더 이상 노래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날개에도 점차 힘이 빠져나갔다.
베짱이는 개구리를 찾아갔다. "이보게, 이제 세상은 종말이 오고 있어. 같이 떠날 채비를 하세" 개구리가 내년이 있지 않느냐고 의아해하자 베짱이는 내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 새 따스한 봄볕이 대지 위에 내리쬐고 있었다.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는 중얼거렸다. "봄을 믿지 못하다니 다들 참 어리석어…"
이 우화는 하루살이와 베짱이, 개구리의 생각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혹시 우리는 하루살이나 베짱이와 같은 생각에 빠져 있지는 않는지, 내일과 내생에 대한 희망과 꿈을 접고 있지는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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