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저급) 문화의 '첨병'인 '원초적 본능'의 폴 버호벤 감독. '할로우 맨'(The Hollow Man·2000년 작)을 통해 또다시 훔쳐보기라는 원초적 호기심과 공포를 묶어냈다.
'내가 만일 투명인간이 된다면?'이란 가정에서 떠오르는 곳이 어딘가? 버호벤은 관객의 심리에 충실히 따른다. 섹시한 옆집 여자 집에 잠입하고, 마음 속에 넣어둔 여인의 침실을 기웃거린다. 급기야 난폭해져 살인까지 저지르는 악의 화신으로 변하고 만다.
미국 정부의 최고 과학자들이 투명인간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세바스찬(케빈 베이컨) 린다(엘리자베스 슈), 맷(조시 브롤린). 특히 세바스찬은 자신의 몸을 실험용으로 바칠 정도로 열중한다. 세바스찬이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실험은 일단 성공한다. 그러나 3일 후 원상복귀 실험에서 95%까지 정상으로 돌아오던 몸이 다시 투명해져 버린다.
모든 사람들은 절망하지만 세바스찬은 투명한 몸을 이용해 호기심 충족에 광적으로 탐닉하기 시작한다.
'할로우 맨'은 미국 평론가들에게 "특수효과만 볼 만한 영화"라는 혹평을 받았다. 돌려 생각하면 특수효과 하나는 완벽하다는 얘기다.
이미 '토탈 리콜'에서도 기이한 특수분장을 선보였던 버호벤은 '할로우 맨'에서도 정교한 특수효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특히 투명체로 변했다가 원상태로 돌아오는 장면은 이제까지 어떤 영화보다 엽기적이다. 살가죽이 벗겨지고, 내장과 근육, 힘줄, 혈관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버호벤의 광기어린 악취미를 보는 듯 하다.
영화 전반을 넘어서면 주연을 맡은 케빈 베이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화면에 보이지만 않을 뿐, 물을 밟고 지나거나, 연기 속에 일렁이는 물체는 케빈 베이컨이다.
그는 연두색이나 파란색(연기 속에서) 타이즈를 입고, 피부에도 같은 색을 칠하고, 특수 콘택트 렌즈에 가발, 치아 보철기까지 착용한 뒤 촬영에 참여해야 했다. 파란색이나 연두색은 나중에 컴퓨터로 쉽게 지워내기 위한 것이다. 특수효과를 맡은 스콧 E. 앤더슨은 '할로우 맨'을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했다고 한다자기가 먹은 음식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본다는 건 얼마나 역겨울까. 18세 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2일 씨네아시아 개봉 예정.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