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구은행의 희비체험

대구은행 사람들은 요 며칠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이색(?)체험을 하고 있다.아직은 더운 이때, 이들을 열받게 하는 열탕은 우방 부도 후 나도는 악소문. 우방이 무너지면서 대구은행도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됐다는 게 요지인데, 영업점마다 이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적잖다고 한다. 아예 예금을 빼내가려는 고객도 있어 지점장들이 이들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역을 대표해온 우방이 쓰러졌으니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피해도 클 것이란 추측에서 나온 루머이겠지만 이를 부추기는 곳이 있다는 게 대구은행 일부 직원들의 분석이다. 몇몇 은행이 40%에 이르는 대구은행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공략하기 위해 은근히 이같은 악성소문을 유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방 여신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계획을 완비했고 법정관리로 가면 별도 부담할 게 없어서 부도쇼크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설명을 감안하면 대구은행이 악소문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안타까움은 이해할만하다.

청량감을 느끼게 한 냉탕은 지난 31일 발표된 금융당국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7개 은행 중 5위를 차지해 우등생임을 굳혔다는 사실보다, 이로써 금융구조조정의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당국으로부터 확인받았다는 것이 훨씬 더 상쾌하다는 표정이다.

사실 대구은행은 구조조정을 걱정할 위치는 아니다. 객관적으로 자기자본비율, 연체비율, 당기순익 등 각종 지표가 모두 좋고 주관적으로는 독자생존 의지가 굳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설, 금융지주회사 편입설 등 지금껏 분분했던 각종 논의를 지켜볼 때 정부가 반강제로 구조조정 대열에 떼밀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노심초사한 게 저간의 형편이었다.

이 시점에서 대구은행 사람들이 정말 유의할 일은 열-냉탕의 원천은 같다는 사실이다. 바로 시장의 신뢰가 그것인데 소문을 잠재우거나 더 확산시키는 힘도, 또 구조조정에서 독자생존케 하는 힘도 다 고객의 신뢰에서 나온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믿음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노력이 중요한 때가 아닐까싶다.

이상훈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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