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는 '세기의 결혼식'으로 시작해서 '세기의 장례식'을 지구촌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간 여성이다. 20세기에 가장 많은 사진이 찍힌 여성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 그녀는 '영국 왕세자비'가 아니라 '세계의 공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세자비'보다는 오직 '여성'으로 살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여러 남자와의 염문을 뿌렸으면서도 서민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이애나는 왕세자의 눈에 들어 졸지에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그 행복의 정점은 겉보기와는 달랐다. 그녀에게 있어서의 행복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위한 '장식품'이었다. 그녀가 죽기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대중의 우상이 아닌 한 개인으로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생활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아야 했다.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음모에 의한 살인인가, 단순 사고인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 의문은 사망 3주기(8월 31일)를 넘기면서도 여전히 묻히지 않고 있다. 그녀의 애인이었던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 모하메드 파예드는 아들과 그녀의 죽음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요구, 미국 CIA.NSA.법무부 등을 상대로 다시 제소했다.
파예드는 '미국 정보기관은 영국 정보기관에 두 사람의 전화 녹취록을 건네 줬고, 아직도 39건에 이르는 수천 비공개 문건을 갖고 있다'며, '영국의 요청에 따라 문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함께 사망한 영국 정보요원 출신 운전사 앙리 폴의 혈관에서 일산화탄소가 21%나 나온 점을 들어 '음모설'을 제기했다.
다이애나와 도디는 97년 자동차를 타고 파리 중심가를 달리다 지하터널의 기둥에 부딪혀 사망했고, 프랑스 당국은 36 시간 만에 폴의 음주운전으로 사고 원인을 종결했었다. 파예드는 영국 왕실의 '의도된 살인'이라며 여러 차례 제소했으나 폐소했다. 미국 CIA는 이와 관련됐거나 첩보활동을 한 증거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단순 사고'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은 '왜'일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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