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항 겪은 2차 남북장관급회담

평양에서 열린 2차 장관급 회담이 회담일정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줄다리기를 한 데는 남측의 완강한 태도가 주원인이었다. 이는 종전까지 양보만 거듭하던 남측 태도와 큰 대조를 보인 것이다.

1일 발표된 공동보도문에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암시하는 내용을 담게 된 것도 이같은 남측 대표단의 고집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군사문제에 관한 우리측 입장은 확고했다. 30일 북측이 제안한 이산가족 추가상봉 등 4개항에 일찌감치 합의해 준 남측 대표단은 군사문제를 놓고 배수진을 쳤다. 회담을 마무리해야 할 31일 오전에도 수석대표간 접촉과 실무접촉을 끈질기게 이어갔다.

남측이 귀환을 늦추면서까지 군사문제에 집착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군사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미 8.15 경축사에서 관철을 공언한 사안인데다 이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할 경우 남측에서 쏟아질 비난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같은 남측의 강경입장에 당황한 쪽은 북한이었다. 북측에서는 남측의 군사직통전화 설치와 군사당국자간 회담문제는 최고위층의 재가사안이다. 게다가 긴장완화 조치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북측 군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남측의 태도가 워낙 거세 결국 북측도 양보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후 박재규 남측대표와 전금진 북측대표가 1시간 동안 '잠행'한 것도 북측 태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모처에서 북측 고위인사와 이 문제와 관련된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입장이 100% 관철된 것은 아니지만 남북이 군사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이 문제는 이제 서울에서 가질 3차 회담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북측이 군부와의 관계 등을 의식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지만 3차 회담에서는 군사직통전화 설치와 군당국자간 회담 문제는 주요 의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남측 언론사 사장들과 만나 "3차 회담부터 속도를 내자"고 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에서 군사적 신뢰구축의 틀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외에도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회담에서 이 문제를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시켜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북측의 태도변화를 강력 요청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군포로는 없다"고 누차 강조해온 북측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수용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일 비전향 장기수 북송 후 거세질 남측 여론을 감안 할 때 3차 회담에서는 모종의 결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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