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평화 보장없는 '경협'

제2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일정을 하루 연기하면서까지 경제 협력 등 몇몇 분야에서 합의를 도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연내에 이산가족 상봉을 두 차례 더 실시하고 투자보장 협정과 이중과세 방지장치를 마련키로 한 것이라든지 한라산과 백두산 교차관광 합의와 경의선 복원 실무위를 이달중 개최키로 한 것 등은 모두 이번 회담의 성과로 꼽을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회담의 성과에 어느 일면 만족하면서도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완화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어떤 조치도 없는 지금처지에서 경협인들 제대로 지속될는지 우려치 않을 수 없다.

남북이 아무리 투자를 보장하는 협정을 한들 군사적 충돌이 야기될 경우 모든 것이 백지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누가 선뜻 북한 땅에 투자하겠다고 나설것인지는 불문가지의 일이다. 더구나 북한의 실권자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권력기반은 군력(軍力)에 있다고 밝히고 "군부가 문제…"라고 말한 사실로 미뤄보더라도 남북관계가 제대로 진전되려면 경협(經協)과 문화 및 사회교류 이전에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약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민감한 군사문제는 군부(軍部)의 입장도 있는 만큼 가장마지막에 풀자며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를 외면, 회담 일정이 하루 늦춰지는 등 끝까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북한으로서야 혹시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만은 대미(對美) 협상카드로 남겨 놓고 싶을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남북한이 화해의 물꼬를 튼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군사 직통전화 설치나 군사당국간 회담같은 핵심사안에 합의함으로써 쌍방간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 외에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회담 형태에 대해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우리 대표단은 구체적인 일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평양으로 출발했고 교통편도 북한 주문대로 판문점 아닌 항공편을 택했다. 그런가하면 식사까지도 단고기(개고기)로 하자면 그렇게 하고 일정도 하루 연기하는 파행을 지난번에 이어 또 빚었다그러고도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는 제대로 거론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남북회담 자세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음을 뜻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지적한다. 아무리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위해 양보한다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국제간의 외교 관례에도 없는 양보로만 일관하다가는 자칫 국내의 반발 여론에 부딪혀 남북화해 무드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음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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