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습니까. 정녕 대구의 살길은 없는 것입니까"지역 최대 건설업체인 우방이 좌초한 이후 지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역산업의 양대축을 이루는 섬유와 건설(대구 생산액 기준 각각 30% 비중)이 무너졌으니 희망이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기가 기회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정인 지역개발실장은 "대구 산업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안되는 것에 매달려 회수하지 못할 돈을 쏟아붓기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성장성 산업'으로 방향 선회를 해야 한다는 것.
이 실장은 디지털밸리 조성에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다가 흐지부지 됐지만 디지털밸리를 만들어 IT산업과 지식집적 업종을 유치할 경우 지역의 산업 구조는 획기적 전환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왕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구할 바에야 우방이 무너져 정권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만과 절망감이 큰 이 때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대구는 외부자본이나 기업을 유치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으나 올들어 그런 행태가 바뀌고 있는 점도 지역 경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피케이엘, 컴텍스 등 세계적 수준을 가진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이 속속 대구에 공장을 짓거나 본사를 옮겨 오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 첨단산업단지에는 현재 12개 업체가 입주 계약을 완료한 상태에서 공장 건설이 한창이다. 올해 1천50억원, 2002년 4천800억원에서 2004년에는 1조2천5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이 발생할 전망. 지난해 대구지역 5인이상 제조업체 전체 매출 총액이 1조4천억원이었으니 경제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여기다 세계 5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스위스 유낵시스(Unaxis)사도 대구에 진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태. 최소 1천만달러에서 많으면 1억2천만달러까지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구시 해외 기업 유치 관계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현재 인프라 사업에 치중하는 밀라노 프로젝트도 2003년 이후의 계획들을 입안, 정부로부터 추가 예산 확보를 해낼 경우 대구 섬유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업계에서도 아직 작지만 분명한 변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는 것. 성주에 있는 ㄷ섬유. 스포츠웨어용 원단을 생산하는 이 업체에는 대기업 자재 구매자들이 직접 공장에 내려와서 물건을 사간다. 주인 정모(47)씨가 바빠서 배달해줄 여유가 없다고 해도 서로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성서공단에 있는 ㅂ사. 산업자재용 섬유사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공장을 최근 확장하고도 은행 부채가 하나도 없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보니 영업은 저절로 된다.자동차부품, 벤처기업들에도 이런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영남대의대 '사이메디', 경북대의대 '트리코진' 등은 당국의 지원 여하에 따라 엄청난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이다.
배광식 대구시 경제산업국장은 "대구시에서도 대체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입주 의사를 표시하는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밝혔다.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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