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의원 도덕적 해이 바로 잡자"

지방의회 의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이 지방의회 바로세우기 운동을 전개, 주목을 끌고있다.

포항시 직장협의회는 최근 시청홈페이지에 『일부 의원들의 우려할 만한 저질 언행, 청탁, 이권개입 등으로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부도덕한 의원들을 공개하는 등 지방의회 바로세우기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직장협은 또 『집행부의 간부들이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가식적인 연극배우가 되어가는 현실을 가슴아프게 보아왔다』고 지적하고 의원들의 부당한 청탁 등 부조리에 대해 더이상 침묵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의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시민단체들에게 제공, 함량미달 의원들이 다시는 선 출 되지 않도록 지방의회 바로세,우기 운동에 많은 시민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최근 시.군의회는 의장단 선거 등 집행부 구성과 관련 금품 수수로 잇따라 구속되는가 하면 자 질시비로 주민들로 부터 사퇴압력을 받는 등 위상이 크게 추락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주민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뒷전으로 미룬채 돈선거·편가르기 등으로 갈등만 증폭시켜 놓고 자신들의 신분상승과 이권 챙기기에 치중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울진군의회의 경우 지난 달25일 제3대 후반기 의장선거 과정에서 동료의원에게 600만원을 건네고 지지를 부탁한 임동술(51) 의장이 영덕지청에 구속된데 이어 40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김기현(53) 전 의장도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영천시의회는 지난 7월 치러진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의원들 끼리 서로 패가 갈려 낙선한 모 의원이 상대후보를 지지한 동료의원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칠곡군의회는 이영기(56) 전 의장이 지난 6월 경북 칠곡군 석적면 도개온천 개발과 관련, 온천개발 사업자로 부터 5천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한편 경산시의회는 의장단 선거 후유증으로 의원들이 양분돼 의사일정까지 투표로 결정하는 사태를 빚는 등 경북도내 상당수 의회가 의장단 선거와 관련된 후유증으로 의정이 파행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 2부〉

# 대통령의 지방의원 유급화 발언 추진될까

김대중 대통령의 지방의원 유급화 추진 발언으로 이 문제가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8.30 전당대회를 전후해 당 연직 대의원들인 지방의원들에게 너나 할 것 없이 유급화를 공약한 최고위원들의 건의를 받고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만일 언론에 서 이에 대해 비판적일 경우 설득해서라도 이를 관철시키라"고 덧붙였다. "지방의원들도 활동을 하려 면 자금이 필요한데 돈이 없어 탈선하는 것보다는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 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방의회 출범 이후 의원들로부터 줄곧 제기돼 온 숙원사업이기도 하지만 최근 지방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일탈행위가 자주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기초 의회의 경우 무용론 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물론 김 대통령의 언급은 이같은 지방의원들의 탈선 행위가 상당부분 돈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이들에게 일탈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방의회의 순효과 보다는 역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된데다 국민감정 역시 지방의회의 '존재의 이유'에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세금으로 이들에게 월급을 주는 규정을 신설하는데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유급화가 추진되더라도 시민단체의 감시활동 수준을 넘어서는 제도적인 감시와 견제장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李東寬기자 llddkk@imaeil.com

『더이상 의회에 굴욕적으로 당할 수만 없다』

하위 공무원들로 구성된 포항시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권태주)가 포항시의원들에게 날을 세웠다. 「지방의회바로세우기 운동」을 전개키로 하고 시청 및 시의회 홈페이지에 이 운동을 펼치게 된 배경등을 담 은 글을 올린 것이다. 직장협의회가 올린 이 글에는 시의원은 물론 시장·구청장·간부공무원에게도 거듭 태어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이어져 전문을 게재해 본다.

-편집자 주-

○ 왜 이 운동을 시작해야만 하는가

1991년 지방의회가 열리면서 많은 시민들은 한층 진보된 민주주의의 틀 속에서 고품격의 행정서비스를 기대하며, 시의회 의원님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이는 오랜 관료주의의 경직된 틀을 벗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행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 감시, 비판기능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시민들의 기대와는 점점 멀어지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일부 의원들의 우려할 만한 언행은 실망감을 넘어 지방의회 무용론이 대두되고 시민들은 점점 무관심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공직협에서는 일부 지방의회의원들의 청탁, 이권개입, 저질발언 등 부조리한 관행을 시민들에게 공개하여 다 는 이러한 사람들이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시민과 함께 열어가는 꿈과 희망의 아름 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 의장님 그리고 의원님들께 드리는 말씀

그동안 시민들의 대의기관으로서 저희 집행기관을 건전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신데 대하여 저희 공직협 회원 모두는 공무원이자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지금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무관심은 상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무엇이 시민들을 저토록 분노하게 했 습니까?.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나 시민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각종 청탁, 이권개 입, 저질발언 등이 언론에 보도될 때도 저희 공무원들은 침묵해 왔습니다. 또한 의원들의 비위를 거슬려 교묘 하게 괴롭힘을 당한 동료들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이러한 작금의 현실속에서도 집행기관의 간부들은 의원들 의 비위를 맞추려고 가식적인 연극 배우가 되어가는 현실을 가슴 태우며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말할 것입니다. 의원님들의 감시 비판은 정정당당하게 받으면서 참 공무원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또한 의원님들이 어떤 발언, 어떤 청탁 어떤 부조리한 언행을 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의원님!

저희들은 의장님을 비롯한 부의장.상임위원장.의원님들의 건전한 비판과 견제 기능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납득할 수 없는 인격 모욕적 발언이나 부당한 청탁에는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침묵은 시민에 대한 공무원으로서의 진정한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의 이러한 충정을 해량하여 주시고 열린미래 아름다운 사회를 향한 작은 노력에 적극 동참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시장님 그리고 부시장.구청장.간부공무원님께 드립니다.

저희들은 시장님을 비롯한 부시장.구청장·그리고 선배 간부공무원님들의 오랜 경륜과 지혜를 존경하며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저희들도 선배님들의 바램에 어긋나 조직에 누를 끼치고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사례도 있었음을 시인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 세월이 길다 하기에, 그리하여 저희들이 시민들을 향해 진정으로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지도 편달해 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건의 드리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금의 공직시스템은 상명하복의 수직적 상하관계로 움직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에 따른 지시명령이 시민을 위하고 우리 조직을 위해 유익한 것이라면 논의의 여지가 없습니다만 때로는 그렇지 아니한 것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금번에 저희들이 "지방의회바로세우기"운동전개에 동참하게 되는 것도 어쩌면 선배님들의 책임이 크다 하겠습니다. 저희들이 본 선배님들의 모습은 지방의회와의 관계에 있어 굴욕적이라 할만큼 저자세로 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선배님들의 그러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수많 은 일선 공무원들에게 굴종의 문화를 심었으며, 그 피해 또한 하급 직원들이 온몸으로 당해야 했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요구합니다. 정정당당하게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십시오. 거절할 것은 당당하게 거절하고 목소리 높여 의원들과 맞서십시오. 이러한 모든 것에 대한 심판자는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의원들도 공무원들도 모두 시민들께서 만들어주신 자리라는 사실을 명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그리고 부시장. 구청장.간부공무원여러분!

저희들의 작은 몸부림이 정녕 시민을 위해 신바람 나게 일하는 공직사회로 거듭나는 "한 톨의 밀알"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또한 여러 선배 간부공무원님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합니다.

○시민단체 제위께 말씀드립니다.

평소 열린미래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시는 제위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저희들은 이제까지 시민들께서 기대하는 만큼의 공무원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희들은 침묵과 굴종의 사슬을 끊고 시민여러분의 곁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더 이상 잘못된 것에 침묵하지 않고 시민여러분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금번 저희들이 "지방의회바로세우기"운동에 동참하고자 하는것은 시작에 불과한 작은 노력입니다. 지방의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지방의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하여 함량미달의 의원들이 다시는 의원이 되지 못하도록 "지방의회바로세우기"운동에 적극적인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2000. 8. 31 포항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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