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계좌 200여개 용도는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48.구속)씨가 200여개의 가.차명 계좌를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비(秘)계좌'의 용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신씨가 애니메이션 업체인 A사 대표 김모씨를 통해 해외에 송금한 것으로 밝혀진 170만달러(19억원)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여러 계좌를 찾아냈다.

검찰 관계자는 "지점장인 신씨가 지점내에 무려 200여개에 달하는 수상한 계좌를 운용해온 흔적이 발견돼 계좌의 쓰임새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씨가 아크월드사 등 3개사로부터 불법대출의 대가로 받은 리베이트나 커미션 또는 이들과 짜고 빼돌린 대출금 일부를 비계좌에 은닉해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금흐름을 추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오히려 신씨가 편법.부당대출을 위장하는 수단으로 비계좌를 이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신씨는 아크월드 등 3개사에 466억원을 불법대출해주면서 허위 내국신용장 어음을 매입하는 수법을 쓰기 위해 신용장 명의를 도용한 수출업체 68곳의 계좌를 직접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법대출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된 S사 대표 민백홍씨가 "신 지점장이 내 명의로 통장 2개를 만들어 1개를 갖고 있으면서 대출금 200여억원을 관리해왔다"고 한 진술은 차명계좌 개설의 대표적 유형으로 신씨 비계좌의 용도를 암시하고 있다아크월드와 S, R사 등 3개사가 자금을 돌려 특정인에 몰아주는 과정에서 비계좌가 사용됐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로 미뤄볼 때 신씨의 비계좌는 불법대출 과정에서 은행 본점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불법.편법대출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난 신씨의 입장에서는 지점의 여.수신 실적이 본점 전산망에 매일매일 감지되는 은행내부 감시시스템을 교묘히 피해나가기 위해 적지않은 비계좌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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