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삼성증권)의 돌풍은 32강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마지막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2000년 US오픈테니스대회에서 시드배정선수인세계랭킹 11위 프랑코 스쿠라리(아르헨티나)를 격파, 대회 최대 파란을 일으킨 이형택은 32강전에서 세계 67위 라이너 슈틀러(독일)마저 눌러 16강에 나섰다.
이로써 이형택은 81년 여자테니스의 이덕희(41.은퇴)가 US오픈 16강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16강 고지를 밟았고 특히 2회전 문턱도 못가봤던 남자 테니스에서 새 장을 열었다.
세계랭킹 182위 이형택은 3일(한국시간)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계속된 대회 6일째 남자단식 3회전에서 슈틀러를 2시간21분만에 3-1(6-2 3-6 6-4 6-4)로 꺾었다.
모두 이형택의 열세를 예상했지만 이형택은 오히려 경기 내내 슈틀러를 압도, 32강 진출이 이변이 아님을 입증했다.
테크닉을 앞세운 슈틀러의 노련한 플레이 스타일이 힘을 내세운 이형택의 공격적 플레이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1세트 첫번째 게임을 1점도 내주지 않고 따내 기선을 제압한 이형택은 빠른 서브와 저돌적인 네트 플레이로 1세트를 가볍게 따내 경기가 열린 10번코트에 세계의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형택은 베이스라인 깊숙이 떨어지는 스트로크와 날카로운 코너워크를 구사하는 슈틀러에게 2세트를 내줬지만 3.4세트에서 다시 위력적인 서브가 폭발해 경기를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특히 이형택은 4세트 들어 게임스코어 1-4의 열세에서 내리 5게임을 잡아내는뒷심을 발휘, 번번이 후반에 무너지곤 했던 한국선수의 고질병과는 인연을 끊었다. 이형택이 4세트 10번째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승리를 확정짓자 플러싱메도를 찾은 교민 응원단들은 기적같은 16강 진출에 환호성을 올렸다.
이형택은 16강 진출로 상금 5만5천달러, 랭킹 점수 165점(예선통과점수 15점,라운드 점수 150점)을 확보, 세계랭킹 100위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내친 김에 8강 진출까지 노리는 이형택은 16강전에서 세계 최강자 피트 샘프라스(미국)를 상대하게 됐지만 '져도 그만'이라는 편안한 입장이어서 또 한번의 이변을 기대할만하다.
샘프라스는 이번 대회에서 4대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인 14번째 우승을 노리고있는 세계정상급의 스타지만 불같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형택이 후회없는 경기를펼친다면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4번 시드 샘프라스는 3회전에서 초반 고전을 딛고 애거스틴 갤러리(아르헨티나)를 3-0(7-6 7-6 6-3)으로 물리쳤고 9번 시드 레이튼 휴위트(호주)도 지리노박(체코)을 3-0(6-3 6-3 6-3)으로 완파했다.
그러나 5번 시드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는 도미니크 흐르바티(슬로바키아)에 0-3으로 졌고 15번 시드인 '미사일 서버' 마크 필리포시스(호주)도 샘프라스의후계자로 꼽히는 신예 젠 마이클 갬빌(미국)에 0-3으로 완패해 탈락했다.
여자단식 3회전에서는 세계랭킹 2위 린제이 데이븐포트와 지난해 우승자 세레나윌리엄스(이상 미국)가 나란히 16강에 올랐다.
2번 시드 데이븐포트는 타마린 타나수가른(태국)을 2-0(6-2 6-1)으로 가볍게 제쳤고 세레나도 줄리아 카소니(이탈리아)를 2-0(6-4 6-2)으로 눌렀다.
프랑스오픈 챔피언 4번 시드 마리 피에르스(프랑스)는 리사 레이몬드(미국)를 2-0으로 눌렀으나 7번 시드 콘치타 마르티네스(스페인)는 엘레나 데멘티에바(러시아)에 0-2로 져 탈락했다.
이밖에 10대 스타인 '러시아 요정' 안나 쿠르니코바와 옐레나 도키치(호주)도유스티네 헤닌(벨기에)과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를 각각 2-0으로 제압하고 16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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