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희로, 내연여와 공모 남편 살인모의 했다

지난해 9월 영구귀국한 재일교포 무기수 출신 권희로(權禧老.71.부산시 연제구 거제동)씨 난동사건을 수사중인 부산 동부경찰서는 4일 권씨가 내연의 여자와 공모, 여자의 남편을 살해하려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따라 경찰은 이날 권씨를 살인미수와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권씨와 내연 관계인 박선희(43.동구 범일동)씨를 살인 예비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권씨는 3일 오전 10시께 동구 범일동 H아파트 3동 705호에서 자신이 직접 제작한 1m짜리 죽창을 휘둘러 박씨의 남편 안모(46.양식업)씨에게 상처를 입히는 등 난동을 부리고 집 안방에 불을 질러 2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박씨 남편 안씨가 자신들의 관계를 알고 있다며 지난달 25일 오후 8시께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모여관에서 안씨를 죽이기로 공모하고 함께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곡절 많았던 권희로씨의 귀국후 1년

지난해 9월 "떳떳한 한국인이 되겠다"며 조국땅을 밟은 권희로(權禧老.71)씨의지난 1년간 고국생활은 곡절 많았던 과거의 연속이었다.

일본인 폭력배(야쿠자)를 살해한 죄로 무려 31년간 복역한 권씨의 석방과 영구귀국은 그를 주제로 한 영화 '김의 전쟁'을 리바이벌시킬 만큼 국민적인 화제를 모았다.

'영웅이냐, 깡패냐'는 일부 논쟁도 있었지만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박해받았던그의 일본땅에서의 과거 행적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따뜻한 동정과 환대를 받았다. 자비사 주지 박삼중 스님의 인도로 귀국한 권씨는 대한축구협회 정몽준회장이마련해준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모아파트에 정착했고, 이후 청소년교화시설과 불우시설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활동을 했다.

자비사측의 보호속에 권씨는 지난 2월 용서를 구하며 불현듯 나타난 아내 돈모(55)씨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외향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조국생활을 하는 듯이보였다.

돈씨는 지난 79년 옥중결혼해 옥중 뒷바라지를 하다 3억원 가량의 권씨 돈을챙겨 달아났던 여인으로, 재결합후엔 권씨를 극진하게 뒷바라지해 아무도 앞으로 닥칠 불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돈씨가 갑자기 현금과 저금통장 등 권씨의 전재산을 챙겨잠적하면서 안정적으로 보였던 권씨의 고국생활이 어려워졌다.

자비사측은 "돈씨가 잠적한 직후 권씨가 실의에 빠져 건강이 나빠졌었다"며 "이후 모학원 일본어강사로 출강하기도 했지만 생활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돈씨가 잠적한뒤 혼자 숙식을 해결하며 생활하던 권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자비사 신도 안모(43.여)씨와 자주 만나 외로움을 달랬지만 이 역시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안씨는 자비사에 안치된 권씨의 어머니 영정에 매주 꽃을 보내며 권씨와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권씨는 "평소 동생처럼 여겨오던 여인으로, 아내가잠적한 이후 자주 만나다 지난 6월께부터 진짜 가까워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씨와 안씨의 관계는 얼마가지 않아 안씨의 남편에게 알려졌고, 이는 권씨의 순탄치 않은 고국생활을 외부로 노출시키는 난동사건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권씨의 난동사건을 전해들은 자비사 이신용 사무장은 "정말 불행한 일"이라며 뒷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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