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임의 의약분업'부터 시행하면 어떨까?

누구를 위한 의·약 분업인가? 명분은 국민들에게 약품 오·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국민건강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약 분업 실시 후 국민은 병원에서 두시간 기다려서 진료받고 약국에 가면 처방된 약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고생한다고 아우성이다.

의사들은 제대로 된 의·약 분업을 통해 근본적 의료개혁을 이룩해야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는데 지금의 의·약 분업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약사들도 완전 대체 가능한 대체 조제까지 막으면 약국 문을 닫을 지경인데 오로지 정부만 선진국의 예를 앞세워 강경한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정부가 준비 부족상태에서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정말 의·약 분업이 되자면 1인당 국민소득이 적어도 2만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도 의료서비스를 받는 만큼 부담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은 이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의사나 약사들도 의·약 분업의 원칙에는 반대하지 않고, 정부도 의·약 분업의 강경한 의지가 있는 만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한발씩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최후 통첩이란 형식으로 병원 세무조사, 의사 자격박탈, 전공의들의 수련기간 불인정과 입대, 의료계 대표의 구속과 사법처리 원칙 등 초강경 대응만 내 놓고 있다. 실행 불가능한 강경책은 정면 충돌만 부추길 뿐이다.

단견이나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안으로 임의(선택) 분업형식을 제시한다. 준농림지를 절반은 개발하고 절반은 보존하듯이 의·약 분업제도도 실시의 과도기적 경과 조치로서 지역과 상황에 따라 상당기간동안 환자들의 희망대로 병원 내·외 처방전을 발행하여 병원내에서도 약을 탈 수 있는 제도를 부분적으로 남겨두면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약사들에게도 완전대체 가능한 약품에 한해서는 약사들의 법적 책임하에 부분적인 대체조제를 인정하면서 시간을 두고 시정해 나가야 한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이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조건 없이 공개토론을 제의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협상에서 실패한다고 해서 금방 실현하지도 못할 강경책을 내 놓아 의료계의 반발을 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의료계도 한발 양보하여 목마르게 기다리는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와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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