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방송3사 회견(요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KBS, MBC, SBS 등 방송 3사 보도본부장들과 특별회견을 갖고 남북관계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관해 소신과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김 대통령에게 듣는다'는 제목으로 이날 저녁 방영된 특별회견 요지를 분야별로 간추린 것이다.

##이산가족

-이산가족 상봉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속도도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대통령=지금 남북을 합해 이산가족이 1천만명이고 남한에서 상봉을 신청한 사람이 7만명이다. 빨리 우선 편지로 하고 면회소를 설치한 뒤 더 진전해가면 고향방문도 하고 필요한 사람들은 재결합도 해야 한다. 여하튼 남북 이산가족 한 사람도빠지지 않고 빠른 시일안에 소식을 알게 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에 보니까 서신교환문제같은 것도 합의된 것 같아서 잘됐다고 생각한다.

##장기수 송환 및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북으로 보냈는데 북측에서도 인도.상호주의에 입각해서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보내줘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에대한 견해는.

▲김대통령=북한은 53년 휴전때 포로교환을 했기 때문에 '국군포로는 없다'는 주장이고 납북자는 그런 일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여러가지 정보로 파악한 바로는 국군포로가 한 300~400명, 또 납북자도 그 정도가 돼 전부 합해 700~800명이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거기서 결혼하고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겠다. 어떤 형태든 서로 남쪽에 있는 가족들과 생사의 소식을 전하고 면회도 하고, 그리고 꼭 필요한 사람은 재결합도 해야한다우리가 장기수를 돌려보냈는데 그것도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을 붙들어 여기서 죽게 만드는 것보다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만나고 거기서 뼈를 묻어도 좋다고 보낸 것은 전세계가 인권국가로서의 한국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김위원장 서울답방

-김정일 위원장이 언제 서울에 올 것인지, 연내에 가능한가.

▲김대통령=김 위원장이 오는 것은 틀림없다. 그 시기는 언제가 가장 효과적이냐 하는 문제도 있고 양쪽 정상의 스케줄도 있어 같이 맞춰가야 한다. 나도 곧 유엔과 일본에 가야되고 10월에는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회의가 있고 11월에는 APEC(아태경제협력체) 회의와 '아세안+3' 회의가 있다. 그래서 확실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연내 답방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연내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냐, 내년 봄쯤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냐를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

-남북경협에 대해 우리가 일방적으로 지원만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김대통령=근본문제는 김정일 정권이 정치적으로는 후계체제가 안정됐지만 경제가 안되고 있다. 외국서도 남북이 언제 싸울지 모르는데 누가 투자하는가. 경제협력은 주로 민간이 하고 또 정부가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경제는 경제논리로 해야된다.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협정과 청산계정, 분쟁조정협정 등을 해야 한다. 경제협력은 윈-윈이어야 한다. 북도 덕보고 남도 덕봐야 한다. 남북이 경제협력을 하면 남한만의 경제시장이 한반도 전체의 경제권으로 확대된다. 철의 실크로드를 통해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심권의 시대로 우리가 간다. 경의선은 이번달에 착공해 내년 9월까지 완공되면 기차가 평양, 신의주, 만주로 간다. 또 경원선을 복원하면 함경북도로 해서 시베리아로 간다.

우리가 투자를 하게되면 돈이 들어가지만 현대가 개성에 하는 공단도 내가 보고받기로는 1년내에 생산품이 나온다. 부산이나 대구의 신발.섬유산업이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하면 굉장한 메리트가 생겨난다. 북한의 경제가 회복되면 통일을 하는 비용이 적게들고 안보나 통일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

##남북관계 속도조절

-남북관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얘기가 있는데 조절할 필요성은.

▲김대통령=뜨거운 가슴과 차분한 머리를 가지고 모든 것을 쉬운 것부터,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겠다고 한 적이 있다. 55년동안 막혔던 일이니까 여러가지 일을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경의선, 임진강 문제모두 필요한 일 아닌가.

남북관계를 끌어가는 기본은 긴장완화와 경제협력, 문화.체육 등의 교류라 할수 있다. 이 세가지를 중심으로 해서 그때그때 가능한 것을 해나가는데 국민들이 받아들이는데 혼란이 없도록 템포나 양은 조절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주한미군 역할

-주한미군의 역할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가.

▲김대통령=남북간에 평화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주한미군의 지위는 현재와 똑같다. 한반도 냉전이 완전히 끝나면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는 주한미군의 성격은 많이 변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고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은 있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반도 지정학적 여건과 유럽에서 공산주의가 없어진 뒤에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군이 있는 점을 설명했더니 김 위원장도 '어쩌면 나하고 똑같이 민족의 장래를 보고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큰 나라들이 많다. 그래서 주한미군이 있는게 좋다'고 얘기했다.

##남북정상회담 평가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를 하나만 꼽는다면.

▲김대통령=북한은 수십년간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 3개항을 내세우면서 받아들여라, 그러면 대화하겠다고 해왔다. 미군철수, 연방제 수락, 보안법철폐 등이 그것인데 이번에 일거에 정리가 됐다.

오랫동안 남북관계를 철벽처럼 가로막던 3개의 장애가 해소됨으로써 지금 남북이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의 길을 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문제와 4대개혁

-경제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김대통령=2년반전에 6.25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했던 때에 비하면 지금 훨씬나아졌다. IMF(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과 4대 개혁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경제는 경쟁력을 잃어선 안된다. 4대 개혁과 함께 정보화를 추진한 끝에 지금 성장률로나 물가, 금리, 국제수지, 실업률 등 모든 면에서 문제점은 있지만 국제적으로 어디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

4대 개혁은 내년 2월까지 완전히 끝내려 한다. 그 다음엔 소프트웨어, 즉 전문성이나 경쟁력 중심의 질적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

##빈부격차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커진데 대한 정책적 배려는.

▲김대통령=내년부터 달라질 것이다. 이미 달라지고 있는데 예를들어 세제를 개혁해서 봉급자 세금을 평균 30% 줄여주고 냉장고, TV 특소세를 폐지해 도움을 주고 있으며 10월부터 국민생활기초보장법을 실시해서 4인가족 기준으로 월 92만원까지 생계비를 보장해주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 금융종합과세를 다시 부활시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막는 결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분배구조도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2003년까지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중 상위권의 양호한 분배구조를 갖게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요한 것은 서민층, 저소득층이 정보화시대에 뒤쳐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정치분야

-여야관계가 풀리지 않고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대한 해법은 없는지.▲김대통령=정치가 이런 상태가 되고 있는데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여당의 총재로서 국민에게 죄송하다. 모든 것을 국회로 가져가 국회법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상정하고 토론해서 합의되면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안되면 표결하면 된다. 뜻에 안맞으면 의사일정을 저지하고 그것을 돌파하려고 날치기를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소수이지만 제대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결심을 갖고 있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정치가 정상화되고 나라가 정상화된다. 여야가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되고 보장된 원칙을 지키면서 하루속히 정치를 정상화하기를 바란다.

##의료계 폐업

-의료계 폐업으로 진료공백이 몇달째 계속되고 있는데.

▲김대통령=첫째 원칙으로 의약분업을 계속해야 한다. 의약분업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게 아니라 의사회, 약사회, 시민단체가 합의해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야당과 합의해 약사법을 개정, 의사들을 위한 수가나 전공의 처우개선 등이 진행중이다.

이번 기회에 의료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자는생각을 갖고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만들 생각이다. 젊은 전공의들에 대해서 측은한 생각도 갖고 있고 이해심도 갖고 있다. 빨리 환자 옆으로돌아가고 충분히 의사표시가 됐으니까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

##벤처기업

-벤처 거품론이 나오고 있는데 벤처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김대통령=지금은 벤처의 옥석을 가리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벤처는 위험성이많기 때문에 모험기업이다. 미국에서도 벤처기업 10개가 생겨 하나가 성공하면 괜찮다고 한다. 우리가 벤처에 몰리는 것은 모험심이 강해서 그렇다. 98년 2천개, 99년6천개, 금년에 1만개가 된다. 옥석이 걸러지는 과정에서 좋은 기업에 타격을 받지않도록 1조원의 특별펀드를 만들어 지원하는 등 계속 살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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