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엔 실질적 역할 논의

세계 150여개 국가의 정상이 참석, 인류 사상 초유의 회담이 될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가 '21세기 유엔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오는 6~8일 사이 사흘간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다.

◇개최 의미=1997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 3년 가까운 준비기간을 거쳤다. UN사무국은 이번 회담이 5년 전의 UN 창설 50주년 기념 정상회의와는 태생부터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때는 UN 창설을 기념·축하하는게 주목적이었지만, 이번엔 실질적 결과를 이끌어 낼 '실무 정상회의'라는 것.

그래서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과거에 없었던 원탁회의도 도입됐다. 4개 그룹으로 나뉘어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토론 하는 것.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 원탁회의가 기탄없는 의견 개진으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N사무국은 또한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65~70개국이 1개 이상의 국제조약에 조인할 것으로 기대, 유엔본부 건물 안에 조인식용 별도 공간도 마련했다.

◇회의 진행 순서=첫날인 6일 오전, 개막식에서 코피 아난 사무총장, 총회 의장 2명, 클린턴 미국 대통령(개최국 원수 자격)이 연설한다. 본격적인 총회는 오후부터.

오후부터는 각국 대통령, 총리, 정부대표 등이 정해진 순번에 따라 각 5분 동안 기조연설을 시작, 8일 오후까지 계속한다. 국가수반(대통령), 정부수반(총리), 정부대표 등 순으로 연설시간 선택 우선권을 줬다.

안보리 15개 회원국 정상들은 따로 만나 정상회의를 가진다. 5개 상임이사국 정상들은 또 별도의 핵심국 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날인 8일 오후에 정상회의는 마련된 선언문을 채택하고 사흘간의 일정을 마친다. 하지만 실무 후속 회의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의제=국제사회가 맞닥뜨린 과제, 인터넷·세계화로 대변되는 새 시대 조류에서의 UN 역할 정립 등을 논의한다. 평화, 안보, 환경, 경제개발, 빈곤퇴치 등 지구촌 숙제에 대한 해결 방향 제시에도 큰 비중이 두어질 전망.

UN사무국은 △15년 내에 10억 이상의 인구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모든 어린이가 초등 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하며 △10년 내에 에이즈 증가 추세를 감소로 반전시키고 △분쟁예방 및 환경보호에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결의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또 정보화 시대의 정보 불균형에 의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결의도 기대하고 있다.

◇남북 정상의 일정=김대중 대통령은 회의 참석을 위해 5~9일 사이 뉴욕을 방문한다. 첫날 곧바로 북한측 대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가질 예정. 김대통령은 이 첫날 오후 회의에서 13번째로 기조연설을 하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와 의의를 설명하고 '평화와 도약의 한반도 시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7일 오전에는 원탁회의에 참석, 유엔 개혁 방안과 지구촌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각국 정상들과 비공개 자유토론을 벌인다.

회의 기간 중에 김대통령은 클린턴 등 4강 정상과 연쇄 회동하고, 교포 간담회 및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 등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은 회의 마지막 날인 8일 오전 회의에서 10번째 기조 연설자로 나선다. 한반도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입장 표명, 북한에 대한 테러국 지목의 부당성 주장 등이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앞서 김은 5일 밤 뉴욕 교포 200명이 마련하는 환영만찬에도 참석하며, 비동맹국 정상들과의 연쇄접촉 등 예년과 달리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문제점=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상회의도 성과없이 끝날지 모른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합의점에 이르기 쉽잖기 때문. 이때문에, "확실한 것은 뉴욕의 교통난이 최악이 되리라는 것 뿐"이라는 조롱섞인 비난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7월 영국 런던에 모여 G7을 공격, 초국적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 IMF·세계은행 개혁 등을 요구했던 제3세계 반제 연합 G77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노선과 세계화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기로 이미 결정했기 때문.

그렇지만 UN사무국은 '역사가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등의 TV 광고를 방영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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