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격.저장성 칠레산에 밀린다

경북도내에서 포도 재배면적이 가장 많고 도내 포도 총수확량의 28%를 차지하는 영천지역은 포도재배로 연간 600~700억원의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영천시의 경우 올 일반회계예산총액이 1천230여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포도재배가 영천지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난 셈.

그러나 내년부터 발효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칠레산 포도 본격 유입 변수로 영천과 김천 등지 포도 최대 주산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포도 공급은 과잉상태. 포도재배수익이 600평당 평균 500만원을 넘어 같은 면적의 벼농사로 얻어지는 수익 200여만원보다 2.5배이상 높아지면서 수년전부터 농민들이 앞다퉈 벼농사를 포기하고 포도농사로 전환한 때문이다.

영천지역에서만 지난해보다 1만3천여t이 많은 4만3천t의 포도가 올해 생산될 전망. 이 때문에 지난 16일부터 출하가 본격화된 흑포도(캠벨)의 경우 당초 공판장 경락가격이 최상품 10kg 1상자당 1만7천원이었다가 물량이 쏟아지면서 8월말 현재 상자당 1만1천원까지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수입물량이 크게 늘고 있는 칠레산 수입포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칠레산 포도는 98년 IMF사태로 수입물량이 1천139t으로 감소된 후 지난 해는 6천119t이 수입되더니 올해는 6월말까지 7천382t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6%나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은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이 체결되면 내년부터 양국간 관세없는 무역이 이뤄지게 돼 더욱 심화될 전망.

특히 칠레산포도는 씨알이 굵고 당도가 높으며, 씨가 없고 껍질채 먹을수 있고 수입가격이 현재도 9kg당 1만9천원으로 칠레산 포도 최대수입시기인 3월부터 6월말까지 출하되는 국내의 시설재배 포도가격 6kg당 7만2천원보다 월등히 헐한 실정이다.

실제 상주지역의 경우 칠레산 수입포도의 영향으로 지난달말 비닐하우스 포도 1상자(5kg) 출하가격이 지난해 3만원에서 20%나 하락한 2만4천원에서 거래됐다. 영천 보현산포도작목반 성석용대표(52)는 "공산품을 수출하기 위해 농산품을 희생시키는 정책때문에 농민들만 죽어나는것 아니냐"며 "칠레산 포도의 수입이 재개되는 9월말부터 11월초까지 같은 시기에 수확되는 만생종포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태준 영천시 과수원예담당은 "칠레는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칠레산 포도의 국내 수입시기가 3월~7월에 집중, 지금까지는 6~7월에 주로 출하되는 국내 시설재배포도가 타격을 입고 있지만 3개월이상 저장해도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는 칠레산 포도가 앞으로 계절구분없이 국내에 수입, 유통될 가능성이 높아 포도재배농가와 농정당국이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徐鍾一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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