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게 아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 정책은 석유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고 셰이크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 전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장관이 5일 경고했다.

영국에서 석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야마니 전장관은 이날 회견을 통해 "OPEC가 작년에 유가를 억제하지 않은데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유가는 앞으로 좀 더 오르겠지만 내년 이후 꺾이기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한자릿수 이내로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마니 전장관은 OPEC가 지금 생산량을 늘린다 해도 서방국가들의 올 겨울 난방유 부족 사태를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야마니 전장관은 "OPEC가 굴곡을 거듭한 과거의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는데 실패했다"며 "OPEC는 기억력이 매우 나쁘다.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나지 않았듯이석유가 모자라지 않아도 석유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최근의 고유가는 석유 수요를 위축시키고 새로운 에너지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키는 한편 非OPEC회원국들의 석유생산량을 확대시켜 OPEC가 결국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하이브리드 엔진의 확산과 수소 연료의 개발 등으로 휘발유 소비가격감, OPEC는 장기적으로 "끔찍한"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야마니전장관은 "OPEC의 진짜 적(敵)은 기술"이라며 "기술이 석유소비를 감소시키고 비OPEC 국가들의 석유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진짜 희생자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이 많은 매장량을 가진 나라가될 것이며 석유는 아무 쓸모도 없이 영원히 땅 속에 묻혀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마니 전장관은 "지난 79년 유가가 배럴당 28달러선이었을 때 카라카스에서 증산을 하자고 하자 나보고 미쳤다고 했던 일을 잊지 못한다"며 베네수엘라와 이란 리비아 같은 나라는 과거에도 언제나 생산량을 늘리는데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지난 62년부터 86년까지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장관을 지낸 야마니 석유장관은 OPEC의 토대를 닦은 대표적인 인물로, 그의 이름은 한 때 OPEC와 동의어로 불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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