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쉽게 잊어도 피해자는 평생 고통의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입장에 서서 다시는 그런 불행을 되 풀이않는 교훈을 얻고 싶습니다"
일제 만행에 대한 국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도쿄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법학부 히사키 후지가와(藤川久昭.33) 교수와 학생 등 일본인 14명이 지난달 31일부터 7박 8일간 한국을 찾았다.
이들이 '한국 평화의 여행'이라 이름붙인 일정은 2차대전 이후 한일간의 역사적 진실을 바로 알고 그 희생자들인 원폭·강제징용·정신대 피해자들을 만나 사죄하고 위로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4일 오전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한 이들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위령각에 헌화한 뒤 사죄의 묵념을 올렸다. 이들은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당시 피폭자와 2세들의 굴곡진 삶과 고통을 일본인들에게 알리고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대구시 중구 시민회관 5층 '중·소(中·蘇) 이산가족회'를 방문, 이두훈(62) 회장으로부터 2차대전 당시 강제 징용된 가족들의 생사도 모른채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슬픔을 들었다.
마사끼 매그미(正城惠.20.여)씨는 "사할린에 징용돼 전쟁을 겪고 귀국한 외할아버지가 후유증에 시달리다 곧바로 돌아가셨다"면서 "강제징용 한국인들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토고 요수케(東鄕陽介.23)씨는 "지난해 한국에서 정신대 할머니들로부터 일본군의 잔혹한 행위에 대해 들었는데 사할린 징용자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며 "이를 계기로 한일 젊은이들간에 미래지향적 교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지가와 교수는 "앞으로 매년 한차례 이상 일본 학생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한일간 뒤틀린 역사를 되새겨 제대로 알리겠다"면서 "전후세대간에 새로운 한일관계가 정립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소 이산가족회 이 회장은 "사할린 징용자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 76년 이후 일본을 189차례나 오가며 재판을 벌였으나 일본 정부차원의 생색내기식 보상약속만 받는데 그쳤다"며 "일본 정부의 진정한 속죄와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정부와 기업에 대해 국내원폭 피해자의 보상소송을 준비중인 최봉태(38) 변호사의 후원으로 한국을 찾은 후지가와 교수 일행은 5일 대구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을 찾았으며 7일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사회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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