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소 100만t이나 모자라는 대북 식량차관 어떻게 제공될까

북측이 평양 장관급회담((8월 29일-9월 1일)에서 식량차관을 요청하고 이를 공동보도문에 명문화함에 따라 앞으로 언제 얼마만큼의 식량이 북한에 제공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이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 식량 부족량은 100만t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0년대 중반 부터 잇단 자연재해로 매년 이 정도를 외부에서 지원받아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단 올해는 세계식량기구(WFP) 등 국제기구와 중국 등의 지원으로 부족량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을에 접어들어 추수가 시작되면서 9월부터 옥수수, 10월부터 쌀 수확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에는 식량수급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 가을에 수확한 식량 재고가 바닥나는 내년 초 춘궁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 정부는 대북식량차관 제공을 서두르지 않고 오는 연말께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식량재고량 등을 따져보고 북측과 식량차관규모, 상환조건 등에 대해 협의하는 것은 물론 국민여론의 지지과정을 충분히 확인해 가면서 지원시기를 결정해도 대북식량차관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핵심적인 사안은 얼마나 줄 것인가 하는 규모이다.

일본이 현재 북한에 40만t의 쌀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는 가운데 정부는 남측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지원 규모의 적정수준을 검토중이다.

일본 지원 40만t과 국제기구 지원량과 북한의 식량부족량 등을 고려하면 대략 20만t 정도는 지원해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산 쌀로 전량(대략 20만t 추정) 충당할 경우 약 3천300억원(t당 1천500 달러) 정도가 들어가며 국제곡물시장에서 쌀을 구입해 제공하면 미국산 쌀은1천100억원, 동남아산 쌀은 660억원이 들어간다.

외국산 쌀을 수입해서 지원하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여기에는 국민정서 상의 미묘한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측은 제공 식량의 전량을 쌀로 충당하기 보다는 옥수수나 밀가루까지 포함시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산 옥수수는 1t당 120달러, 밀가루는 1t당 국내산이 300달러이고 중국산은 200달러선이다. 옥수수나 밀가루의 지원시 국내생산량이 적다는 점에서 수입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규모를 북측에 제공할 수 있고, 국민감정이 쌀과는 다르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또 국내산 쌀을 인도적 차원이 아닌 거래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할 경우세계무역기구(WTO)와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대북 식량차관을 둘러싸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식량차관 둘러싸고 티격태격

여야가 제2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된 대북 식량차관 제공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4일 당내 회의를 거쳐 "국내 사정도 넉넉치 못한 상황에서 쌀 20만t을 북한에 차관으로 제공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반면 민주당은 "국민 의사 를 종합,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결국 다수 국민들이 지지할 것"이 라고 자신하고 있다.

한나라당 목요상 정책위의장은 이날 "북한에 쌀 20만t을 주려면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북한의 상환 능력을 믿을 수 없는 만큼 차라리 인도적 차원에서 5만t 정도만 무상지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물론 무상 지원하더라도 지원 식량이 군량미로 쓰이지 않고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된다는 점만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구 제2정조위원장도 "쌀 20만t이 2천억원이나 되는데도 남북 협력기금 순수 여유자금은 1천600억원에 불과한 데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고 정부측 대책을 물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남북관계의 진전 상황에 따라 전향적으로 검토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YS정권땐 인도적 차원에서 15만t이나 되는 식량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으나 이번엔 구체적인 상환조건을 정하는 등 차관 형태로 추진하는 만큼 진일보한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당내 남북교류추진특위 간사인 이낙연 의원은 "남북관계 진전 상황으로 볼 때 20만t의 식량 차관 지원은 큰 무리가 없으며 다수 국민도 용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세균 제2정조위원장도 "일본이 40만t을 무상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가 20만 t을 차관으로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며 "북측과 지원식량 사용처 등의 투명성을 보장받는 협의를 계속하겠으며 국회에서 야당과도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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