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서둘러 봉합해서 될 일인가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은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있으나 검찰이나 은행측이 '단순사기극'으로 조기 종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이 사건을 지금까지 제기된 '외압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답도 없이 사건을 덮어버린다면 검찰의 중립성시비는 물론 이 정권에도 엄청난 부담만 남겨 종국에는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모를 상황이다. 우선 새로 의혹의 인물로 떠오른 한빛은행 이수길 부행장에 대한 행적만 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제기한 건 신창섭 전 지점장이다. 검찰이 사기극의 주범으로 꼽고 있는 신 전지점장이 부행장의 외압전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지금까지의 검찰수사는 부행장이 진술한 그런 전화는 한적이 없다는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은행의 부행장이 부실대출에 대한 은행자체의 감사가 진행되고 잇는 지점의 고객인 박혜룡을 단순히 박지원 장관의 조카라는 말에 만났다는것부터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식으로 대출고객과 만난다면 부행장은 하루종일 고객접대하느라 다른 일을 못할지경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또 박 장관이 일면식도 없는 은행부행장에게 계약사원 연장건을 부탁했다는 것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명색 장관이 그런 사소한 일까지 직접 부탁해야 하는 지도 의아하지만 평소에 친분관계가 없으면 그런 청탁까지 할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당연히 생기게 마련이다. 검찰은 이런 의문에 대한 설명도 시원치 않다. 또 문제의 부행장은 은행파업때 청와대를 드나들면서 현안문제를 의논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건 뭘 의미하는가. 부행장이 박 장관을 모른다는 얘기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거기다 대출보증을 거절했다가 사직동팀의 보복내사를 받았다는 신용보증기금 이운영 전 지점장에 대한 박지원 장관과의 관계도 시원하게 규명되지 않은채 의문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한빛은행 김진만 행장이 검찰수사도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압이 없었다'는 감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통상 은행이 고발한 사건은 수사가 끝난 뒤에 그걸 토대로 발표하는게 순서인 점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이미 국민적 의혹사건으로 야당에서도 '권력형 대출사건'으로 정치쟁점화 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서둘러 봉합할게 아니라 설사 법리적으론 문제가 안된다해도 의혹부분은 해명차원에서도 모든걸 밝혀야 할 계제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그게 검찰도, 정권도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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