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북한 긴장완화 '변화의 핵'

한국을 축으로 한 동북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21C 세계의 중심이 될 동북아의 급변하는 정세를 어떻게 안정시켜 나갈 것인지가 세계적인 중심 과제로 토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략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인 커트 M 캠벨은 최근 발간된 연구소 계간지 '계간 워싱턴' 가을호에서 "유럽에선 100년만에 처음으로 전쟁 위협이 사라져 평화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중요한 위협들이 아시아에만 존재하는 전례 없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특징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한반도이고, 그 중에서도 남북한의 긴장 완화가 동북아 정세 변화의 핵심. 이때문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 간에 영향력 유지를 위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최근 분석해 주목을 끌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4대국 간에 어색한 세력균형이 이뤄지고 있던 이 지역에서 남북한의 긴장완화가 모든 이해 당사국들을 급히 움직이게 만들었다. 남북 긴장 완화가 이론상으로는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지만, 실제로는 방심할 수 없는 어려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해 관계자들을 매우 동요시켜,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문제를 재검토하게 되고, 중국·일본·러시아 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싼 경쟁관계도 다시 불 붙게 될 것이다.

더욱이 서유럽과 달리 이 지역의 과거 적대관계는 지난 냉전시대 때도 사라지지 않고 얼음판 밑에 잠복하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도 적대관계를 억제할 수는 있었으나 결코 해결하지는 못했었다. 양국 간 긴장은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력 경쟁 등을 통해서도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력 시위를 하자 일본이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한 협력 가능성을 시사해 중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예의주시 하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본을 다시 찾았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도 모스크바에서 회담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지역 강대국들 간의 이같은 불편한 균형은 앞으로 몇달간 더욱 다루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북한이 나름대로의 작은 파워게임을 하려기 때문만은 아니다. 해당국가들이 국내정치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데도 원인이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국내가 너무 혼란스러워 해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일본도 총리가 지난 총선에서 겨우 이긴데다 스캔들과 정치개혁으로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 내부의 권력 다툼이 인접국들에게는 위험스러울 수도 있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2002년의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은퇴하기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군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태이다. 올해 초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시위 등은 군부를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도 신임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며, 신임자의 첫번째 주요 결정 과제가 된 NMD 구축 여부는 중국에게 민감한 문제이다. 신임자는 또 동아시아에 10만 병력을 주둔시킬 필요성이 정말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때문에 앞으로 몇달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국가 원수들의 상대국 방문 등으로 화려한 행사가 펼쳐지겠지만, 실제로 성취되는 것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북아 정세는 어떤 방향으로 안정돼 나가야 할 것인가? 캠벨 부소장은 "한국-일본-미국이 새로운 삼각 안보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중국-일본-미국이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지 말고, 일본에 대해서는 안정적 협력자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진지하게 처리해야 하고, 미군의 일본 주둔을 정치적·물질적으로 지원할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 증대를 수용해야 한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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