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름값이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솟고 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인구의 대부분이 몰려 사는 북반구의 겨울철을 노리고 있는 유가 추이에 대해, 상당수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아직도 잠재적 최고치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올 겨울에는 배럴당 40달러선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 놓고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50달러선까지 오를지도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이다.
◇5일의 동향=다시 치솟아 뉴욕시장에서 한때 배럴당 34달러, 런던시장에선 33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뉴욕의 다음달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33.90달러로 개장된 뒤 34.1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3.83달러로 마감됐다. 이 가격은 최악의 상황이었던 지난 3월7일의 34.37달러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전날 이미 1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런던의 다음달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한때 33.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신기록을 11센트 경신하며 32.95달러로 폐장됐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기준유가 역시 지난 4일 기준으로 32.13달러에 달했으며, 바스켓 방식의 증산 한계선인 28달러선을 16일 연속 웃돌았다.
이에 따라 OPEC가 오는 10일 각료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증산을 결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현물 시장에선 거의 믿지 않고 있다.
◇취약한 한국=고유가는 한국 등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이 4일 관측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일본 등 선진국들은 수입원유 의존도를 떨어뜨린 데 반해, 한국 등은 그 구조를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원유가 급등은 한국 등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p 이상 끌어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원유 소비량은 1990~98년 사이에 무려 90%나 증가했고, 태국도 80%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은 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소비량이 9%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영국은 아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 지출 비율도 일본.유럽은 30년 전 보다 40~50% 정도 줄었다.
선진국들은 오일쇼크 이후 원자력이나 천연가스 같은 대체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연료 고효율 자동차 보급 등으로 대응력을 높였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그럴 여유가 없었고, 경제성장으로 자동차 인구 급증 등 오히려 수입원유 수요를 늘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한국 등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통화가치의 하락, 인플레 압력 고조 등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봤다.
◇장기적 역효과=고유가가 석유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고 야마니 전 사우디 석유장관이 5일 경고했다. 영국에서 '석유연구소'를 운영 중인 그는 "유가는 앞으로도 좀 더 오르겠지만 내년 이후 꺾이기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한자릿수 이내로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OPEC가 지금 생산량을 늘린다 해도 서방국가들의 올 겨울 난방유 부족 사태를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야마니 전 장관은 나아가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나지 않았듯이, 석유가 모자라지 않아도 석유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고유가가 석유 수요를 위축시키고 새로운 에너지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키는 한편 비OPEC국들의 생산량을 확대시켜 결국은 OPEC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리라는 것.
특히 자동차 하이브리드 엔진의 확산, 수소 연료의 개발 등으로 휘발유 소비가 격감할 것이며, "OPEC의 진짜 적은 기술"이라고 그는 말했다.
1962~86년 사이에 사우디 석유장관을 지낸 그는 OPEC의 토대를 닦은 대표적 인물로, 그의 이름은 한때 OPEC와 동의어로 불릴 정도였다.
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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