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40, 50대 침침한 눈

40대 후반의 직장인 김씨. 그는 요즘 눈이 부쩍 침침해져 어리둥절 하다. 아침에 자고 나면 더하다. 컴퓨터 작업을 너무 많이 해서 이럴까, 몸이 안좋은 때문일까? 처음 당하는 일이라 짐작 조차 안된다.

노안이 벌써 찾아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할아버지 처럼 돋보기를 껴야 한다는 말인가? 밤낮으로 계속된 혹사에도 불구하고 잘 참아주었던 눈. 그것에 어쨌든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틀림 없어 보인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두운 곳에서 시력이 떨어지면 노안(老眼)

시력 장애는 나이가 들면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찾아 온다. 40~50년 간 사용한 눈이 젊었을 때와 같은 기능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가장 흔한 시력 장애는 노안이다. 우리가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를 볼 때는 수정체가 볼록해진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이같은 변형 작동이 제대로 안된다. 이것이 노안.

40대 중반이 되면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물체를 잘 분간하지 못하거나 글자를 읽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어두운 곳에선 시력이 더 떨어지고, 이른 아침이나 피로할 때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 사람에 따라서는 독서할 때 잠이 온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대체로 55세까지 계속 심해지다가 큰 변화 없이 고정된다.

◇밝은 곳에서 시력 떨어지면 백내장 검사를

그러나 눈 침침하다고 모두 나이탓으로 돌려선 안된다. 어둡거나 흐린 날엔 불편함을 모르다가 햇빛 속에 나서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돋보기 쓰던 사람이 안경 없이도 글씨가 갑자기 잘 보이면, 노인성 백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서서히 혼탁해지는 질병. 수정체 주변의 혼탁은 시력 장애에 큰 역할을 하지 않지만, 혼탁이 동공 부위에 생기면 밝은 곳에서 시력이 몹시 떨어지는 '낮눈 어두움'(주맹·晝盲)이 된다.

또 수정체 혼탁이 부분적으로만 있을 경우, 하나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겹쳐 보이는 '복시'가 발생하기도 한다. 노인성 백내장은 65세 이상에서 흔히 발생하지만 40대 이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자각 증세가 있으면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명의 제1원인은 당뇨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40대 또는 그 이전에도 안과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 망막병증은 40~60세 사이에 초래되는 실명의 가장 큰 원인. 망막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미세혈관이 막히면서 망막이 붓거나 출혈이 생긴다.

시력 감퇴와 눈에 먼지 같은 부유물, 심하면 덩어리 같은 것이 떠다닌다고 호소한다. 초기에는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을 수도 있으므로 당뇨가 있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실명을 방지할 수 있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동맥·정맥 폐쇄 등 망막 혈관 질환이 더 잘 발생할 수 있다.

◇날파리증도 노안의 일종

시야에 까만 점, 실, 먼지 모양의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것도 유리체 노화현상의 하나. 특히 맑은 하늘이나 흰 벽을 볼 때 이런 것이 잘보이는 '날파리증', 눈앞에 불빛이 번쩍이는 '섬광증' 등도 40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생리적 현상이다. 별다른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망막에 구멍이 생기는 망막 열공, 두개의 망막층이 서로 떨어지는 망막 박리 등이 있을 경우에도 이런 증세가 나타나므로, 한번은 정밀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자각증상 없이 찾아오는 녹내장

드물지만 무서운 병이 40세 이상의 녹내장이다. 안압 상승, 시야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실명까지 부른다. 특히 원발개방각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고, 증세가 나타나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이다. 유전적 경향이 강하므로 가까운 친척 중에 녹내장이 있다면 규칙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김시동 교수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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