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구시 수성구 상동 ㅎ양로원.
거동이 불편해 바깥 출입조차 어려운 할머니 20명은 1층 방에 누워 쓸쓸한 추석을 맞이하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면 기부금과 선물을 한아름 안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할머니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올해는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기업체나 단체에서 선물보따리를 풀어놓고 사진을 찍는 연례행사조차 그리울 정도다.
최후남(84)할머니는 "추석기분이 들지 않고 함께 나눌 정도 사라져 허전하기만 하다. 하지만 요즘 모두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며 애써 쓸쓸함을 감추려 했다.
58명의 고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북구 산격동 ㅊ보육원은 웃음꽃이 사라진 지 오래다. 10명 이상의 자선가들이 찾아오던 2~3년전에 비해 올해는 추석이 일주일도 채 안남았지만 아직 아무도 찾지 않고 있다. 이제는 자선가들의 방문을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보육사들은 예년만해도 방문객들이 준비해온 과자와 학용품 등으로 아이들이 한때나마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아이들이 가슴아픈 추석을 맞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보육사 황기락(26)씨는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며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아이들의 실망감이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오후 3시 동구 각산동의 ㅇ재활원은 한 자선가의 방문으로 정신지체아동들이 모처럼 신이 나 있었다. 자선가 한 모씨가 준비해온 과자 35상자를 나르며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이달 들어 고작 4번째,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작년 추석때와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하다.
'이웃사랑'이 메말라 버렸다.
각 사회복지시설 마다 IMF이후 최악의 추석을 맞고 있으며, 관공서의 이웃돕기 창구도 전에 없이 썰렁해졌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8월까지 모금한 액수는 12억원으로 이전 같은 기간의 18억원보다 6억원이나 줄었다.
이 때문에 지난 설의 경우 자활보호대상자, 노숙자쉼터보호자 등 1만3천여명에게 1억3천121만원을 지원했으나 이번 추석에는 1만2천600명, 1억2천760만원으로 지원대상자와 금액을 모두 줄였다.
북구청도 올 추석 불우이웃 위문대상자가 1천6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250명이 줄었고 나머지 구청도 공동모금회지원금이 줄고 구청살림도 여의치 않아 똑같은 처지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남창현 과장은 "지역경기가 위축되면서 고액기탁자와 기업체성금이 눈에 띄게 줄고 있으며 서민들도 가계소득이 줄어 불우이웃을 도울 형편이 못된다"며 "불우이웃들이 어느 때보다 쓸쓸한 추석을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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