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당시 눈치를 살피던 북쪽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면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과연 이런 식의 부자연스런 만남이 계속돼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이북5도 대구사무소(소장 한응수)는 6일 오전 중구 문화동의 한 식당에서 8·15이산가족 방북단으로 평양에 가서 50여년만에 가족을 만난 방북자 3명을 초청,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방북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실향민 80여명이 참가, 목마른 고향소식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방북자들이 상봉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털어놓기 시작하자, 참석자들은 놀람과 실망감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방북자들은 체류기간 내내 북한당국의 보이지 않는 통제속에 선물조차 마음대로 전달할 수 없었던 암담한 분위기를 증언했다.
이들 방북자는 "방북후 범국민적인 관심에 차마 입을 열지 못했지만, '동병상련'의 실향민들 앞에서는 더 이상 침묵을 지킬 수 없다"고 했다.
한 방북자는 "첫날 준비한 금목걸이를 동생 목에 걸어줬더니 동생이 몹시 불안해하며 다시 벗겨달라고 했다. 북한당국의 눈치를 살피는 동생이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동생이 전날 전해준 선물상자를 들고 와 내용물을 다시 채워달라고 했을 때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압수당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북자는 "언니가 선물로 준 시계와 금반지를 속옷에 급하게 감췄다. 다음날 언니가 (선물준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 것이 아니냐고 물어왔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이 방북자는 또 "평양에 살고 있는 조카들은 이모가 있었다는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상봉후에도 사진은 물론 주소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통제와 폐쇄성은 상상을 초월한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한 방북자는 "이런 식으로 만나고 말 것이면 차라리 안보는게 나았을 지 모르겠다"면서 그같은 상봉의 충격 때문에 지금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이에 대해 조경섭(76) 평남도민회 대구지회장은 "이들의 얘기를 듣고 보니 가슴에 멍이 더 드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이같은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무척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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