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강력대응 뭘까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미국방문이 전격 취소된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둘러싸고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항공사측의 단순한 실수, 혹은 의사전달 과정의 오류 정도로 정리하면서 애써 정부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북한측의 예측불가능한 외교 행태를 감안, 과잉반응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현지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때 북한대표단의 반응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 대표단은 끝까지 미국 입국을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북한 대표단은 지난 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메리칸항공 탑승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몸 수색에는 항의했으나 비행기 탑승을 거부한 것은 아니며 막판에는 다시 몸 수색을 받을 것을 제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메리칸 항공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몸 수색을 거부했던 북한 대표단이 막판에 마음을 바꿔 검색을 받기로 했으나 출발 예정 시간이 10분 밖에 남지 않아 대표단 15명에 대해 규정대로 검색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비행기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뉴욕행 비행기를 타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측은 5일 오후 프랑크푸르트 쉐라톤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메리칸항공측이 일방적으로 좌석을 취소했다고 주장해 항공사측 주장과 엇갈리는 부분이없지 않지만 북한이 마지막까지 비행기 탑승 의사가 있었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또한 북한측은 5일 오후 1시 30분발 뉴욕행 비행기를 예약했던 것으로 밝혀져 상황을 보아가며 미국행을 다시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이 가장 분개하는 부분은 대표단이 몸 수색에 항의하면서 워싱턴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자 보안 요원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여전히 입장을 굽히지 않고 '불량국'으로 분류된 나라의 경우에는 철저한 검색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보안 요원이 당시 어디에 문의를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 대표단의 신분에 대한 확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 항공사측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현재 아메리칸 항공 독일 지사측은 이같은 의문점에 대해 전혀 확인해 주지 않고 있으며 본사의 지침에 따를 뿐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아메리칸 항공은 성명에서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규정대로 처리했다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루가 지난 5일 미 당국은 이 사건이 "미연에 막을 수도 있었으나 부주의와 착오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북한측이 김 위원장 일행의 미국행 비행편을 정확히 일러줬더라면 이런 마찰이 없었을테지만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이용할 것이라고 통보해 왔기 때문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것.

위싱턴 포스트는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 일행이 이번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가를 위해 미국 항공기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미리 통보했다면 해당항공사에 특별 보안검색 면제지시를 내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부 관리들은 "북한측이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이용해 뉴욕에 올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주장했다. 루프트한자는 독일 국적 항공사이기 때문에 미국의 보안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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