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김영남(金永南)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취소 파문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7일 북한 당국자에게 서한을 보내 "항공사측의 지나친 검색으로 사고가 빚어진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유감 표명을 한 것이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안타깝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한·미 양국 정부는 이번 사건이 해프닝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북한측의 '분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김 위원장이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이용해 독일에서 미국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북한측의 비밀외교 관행 등으로 갑작스럽게 아메리칸 에어라인으로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가장 검색이 심한 곳이며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도 심한 검색으로 유명한 곳"이라면서 "아무런 사전 연락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사 안전요원의 검색이 예외없이 실시됐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중국측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한·미 두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도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북한의 2인자이자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 위원장에게 가해진 '모독적 처우'에 대해서는 충분한 유감 표명을 하면서 북한측의 오해를 풀기위한 다각적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 북·미간의 관계라는 점에서 외견상으로는 한발짝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북한측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6일 오전(한국시간) 양성철(梁性喆) 주미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양 대사가 "김 위원장이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못오게 됐다"고 말하자 "그게 무슨 소리냐"며 옆에 있던 보좌관에게 물어 경위를 파악한 뒤 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측이 쉽사리 이같은 미국의 설득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다.북한측으로서는 이미 외무성의 공식 비판성명을 발표한 상황이어서 이를 곧바로 주워 담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향후 북·미간 여러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좀더 완강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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