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귀신 나올라'두려운 지역 납골당·화장장

7일 경북 성주의 한 사설 납골당. 무연고 유골 6천여기를 안치하고 있는 이 곳은 양철로 지어진 허술한 가건물이었다. 실내는 어두컴컴했고 습기로 축축했다. 천장에는 비가 새 얼룩이 이곳저곳 번져 있었다.

군위의 사설 납골당. 지하시설인 이곳은 제대로 청소를 않아 먼지가 쌓여 있는데다 조명도 없고 환풍기조차 돌아가지 않아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칠곡 대구시립공원 납골당. 5천기의 유골을 안치한 시설이지만 정작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아 성묘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유족들이 유골이나 영정을 들고 뒷산으로 올라가거나 인근 잔디밭에서 분향을 하는 일을 겪고 있다.

최근 전통적 매장중심의 장례문화가 화장 선호로 급격히 변하는 추세에 따라 납골당 이용 역시 급증하고 있으나 당국의 인식 부족으로 관련 시설과 여건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납골당들은 성묘객들이 다시 찾기 싫다고 할 정도로 시설이 열악, 전국토를 뒤덮고 있는 전통적 매장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흐려질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전체 사망자의 화장률은 96년 23.6%에서 지난해 29.8%로 크게 늘었으며, 납골당 안장률도 96년 2.9%에서 지난해 7.9%로 급증했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 11개 납골당중 최근 지은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10∼20년이 넘은 낡은 시설속에 각종 편의시설 미비 및 관리소홀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용자들은 "사설 납골당의 경우 1기당 최하 10만원에서 최고 50만원에 이르는 안치 비용을 받아놓고 유족들이 성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전혀 조성해 놓지 않는다"며 당국과 업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외국의 가족납골당은 마치 공원에 온 것처럼 쾌적한 환경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납골당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으스스하다"면서 "연고가 없는 유골이 많다지만 이렇게 놓아둘 수 있느냐"며 관리사무소의 무성의를 탓했다.

이에 대해 사설 납골당 업자들은 "건물을 증축하려해도 혐오시설이라고 주변에서 반대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화장을 택한 유족들이 납골당과 일반 분묘형태를 혼합한 가족납골묘를 이용하려해도 6~12기의 안치 비용이 690만~1천450만원에 이르러 엄두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화장유언 남기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구흥사단 최현복 사무처장은 "정부가 앞장서 화장장과 납골당 설치 등에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바른 장묘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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