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주민의 추석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연휴가 내일이면 시작된다. 나라 경제가 IMF관리체제서 졸업했다고는 하지만 들리는 소식은 부도니 법정관리니 하는 우울한 것이 많고, 덩달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그동안 떨어져 있던 부모와 고향을 찾는 민족대이동은 벌어지리라. 그러면 최근의 남북화해무드로 전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온 북한의 추석표정은 어떨까. 우리처럼 귀성전쟁도 빚어지는지, 차례와 성묘는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본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도 추석을 명절로 지정하고 있다.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봉건유습 타파와 사회주의식 생활양식의 실천을 강조했지만 추석은 명절로 그대로 유지시켜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연휴로 지정하지는 않고 추석 당일만 쉬도록 하고 있다. 북한에서 연휴는 설(양력 1월1일)과 김일성 생일(4월15일), 김정일 생일(2월16일) 등 '3대명절'뿐인데 이때는 이틀을 쉰다. 이에 따라 추석이 토요일이면 일요일에는 일하러 나가야 하는데 지난 97년 귀순한 최근남(27·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추석 등 법정공휴일이 토요일이면 주민들은 "엄청나게 아쉬워한다"고 전한다. 또 '3대명절'때처럼 술이나 고기 등을 국가에서 지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각 지역 협동농장별로 주민들에게 햅쌀 등을 조금씩 나눠준다고 한다.

한 가족이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귀성전쟁은 없다고 한다. 차를 가진 고위층들은 원거리에 있는 친척집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주민들은 특별히 휴가를 내지 않고는 엄두도 못낸다.

남한에서는 추석날 집에서 차례를 먼저 지낸 후 성묘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차례는 지내지 않고 바로 성묘길에 나선다. 성묘전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조상님이 식사를 하시지 않았는데 후손이 먼저 먹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성묘후 가족들이 묘소 주위에 둘러앉아 아침 겸 점심으로 갖고간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보통이라고. 승용차를 가진 간부들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평양시 중심구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주민들은 걸어서 산소에 다녀온다.

우리의 경우 설이나 추석때는 어린이들에게 새옷을 마련해 주고 한복을 차려입지만 북한에서 추석빔이나 설빔같은 용어도 없다고 한다. 또 평양지역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지역 주민들은 거의가 한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또 북한 TV나 신문 등에 나오는 것처럼 일반 주민들이 성묘전에 김일성 주성의 동상과 혁명·애국열사릉을 먼저 찾거나 집에 있는 김 주석과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초상화앞에 절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다.

宋回善기자 the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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