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이들을 굶겨서야

계층간의 소득 격차가 1년 전보다도 더 벌어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양상이다. 경기가 IMF 체제 이전으로 회복됐다고 하지만 근로자들의 살림은 그렇지 못하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5배가 넘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결식아동이 해가 거듭될수록 급증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IMF 체제 이전인 97년에 1만1천명이었으나 98년엔 13만9천명, 99년엔 15만1천명이었고, 올해는 16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같이 결식아동이 늘어나는 현상은 빈부격차의 심화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가진 사람'들의 '배풂의 미덕'이 여전히 결핍돼 있음도 말해 준다.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즐기고, 주말 고속도로가 행락인파로 붐비지만 어린이들이 끼니를 거르는 기막힌 문제를 잊거나 외면하며 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국회 앞에서 결식아동들이 하루 세끼를 먹게 해 달라는 시위를 벌였고, 정부는 급기야 '365일 급식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도 '공수표'에 지나지 않았다. 대한YWCA연합회.서울YMCA 등 10여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결식아동 민간단체 협의회'는 '여름방학 중 급식비를 지원한 자치단체는 거의 없다'며, 7일 정부의 약속 불이행 사례를 고발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 공무원들이 대상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냉장고가 있는데 왜 밥을 굶느냐'며, 어린이들 마음에 상처만 주기도 했다니 기가 막힌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측은 '정부가 파악한 대상자는 전원 지원됐으나 민간단체가 요구한 어린이는 일부 제외된 것 같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가난과 소외의 그늘에서 굶주리는 '꿈나무'들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한 말인지 묻고 싶다.

북한에도 20만t의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판에 자라나는 새싹 16만명을 허기와 고통에 방치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몸과 마음이 예민한 어린이들이 굶주림이 한이 돼 눈물을 흘리고, 세상을 원망하며 자라서야 되겠는가. 인권 차원은 물론 이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도 안될 일이다. 정부는 결식아동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이를 위한 예산은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만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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