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별 납골당 관리소홀 유족들 시설보고 돌아서

장묘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화장, 납골당을 원하는 이들이 눈에 뛸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엄격한 유교적 장묘문화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 장기기증 등에 대한 사회적 캠페인이 서서히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여건은 미비하기 짝이 없다. 화장장은 혐오시설이란 인식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신.증축하가 불가능하고, 납골당은 시설이 낡고 열악해 유골을 선뜻 맡기기 어려운 형편이다.

▨납골당 실태

'먼지가 쌓이고 비가 새고…'

대구.경북지역 상당수 납골당은 열악한 시설과 환경때문에 제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성주의 한 납골당은 가건물에 연고없는 6천여기의 유골을 안치하고 있으나 비가 새고 환풍시설도 없었다.

대다수 무연고 유골을 안치하고 있는 군위의 한 납골당도 실내에 먼지가 가득 쌓여있고 조명조차 없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 묘지관리소 직원은 "납골당 이용문의가 한달 평균 30여건에 달하지만 실제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용자의 기대욕구를 무시한 획일적인 시설은 물론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시설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구시립공원묘지 납골당은 기본시설이라 할 수 있는 분향소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아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지난 98년 한해 596기였던 유골이 올해는 8월말 현재 808기로 늘어나고 하루 100건 가까운 이용신청이 들어오고 있어 현재 5천여기가 안치돼 있는 시립공원묘지 납골당은 내년 7, 8월쯤 포화상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납골당은 올연말이나 내년중 대대적인 개.보수를 계획하고 있지만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다.

최근 들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족납골묘는 납골당을 꺼리는 이들을 위해 봉분형태의 분묘안에 유골을 6~12기까지 안치할 수 있도록 해놓아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가격(현대공원묘지 기준)이 4~10평의 경우 690만~1천45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화장

수성구 고모동에 위치한 대구장의관리소는 한달평균 500~600구의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병사, 사고사, 무연고자 등이 화장을 한 것에 비해 요즘들어 일반인들의 화장이 크게 늘었고 순직 경찰과 군인의 경우 화장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대구지역은 99년 화장률이 29.8%에 불과, 40~50%에 달하는 서울, 부산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아직도 '매장'과 '효사상'을 연결시키려는 경향이 짙어 장묘문화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북은 지난해 화장률 17%로 대구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편이다. 포항, 경주, 김천 등 10곳에 화장장이 있지만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아 신축이나 보수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구장의관리소 우병수 소장은 "대구.경북 지역은 아직도 유교적인 성향이 강해 화장률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도 화장문화 확대의 걸림돌이다. 대구시는 장묘담당 공무원이 1명밖에 없을 정도로 행정적 지원이 거의 없다. 충남 천안시가 올 하반기부터 시신을 화장하는 유족에 대해 1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북도는 시범적으로 23개 시.군별로 한 가족씩 뽑아 1천200만원 상당의 가족납골묘 지원비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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