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묵묵부담' 남 '전전긍긍'

정부는 남북 적십자회담과 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제2차 적십자회담과 경의선 복원 실무접촉을 제의했으나 북측이 아무런 응답을 해오지 않자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적십자회담은 당초 5일 열자는 것이 남측의 입장이었으나 사흘째를 넘기고 있고, 경의선 복원 실무접촉도 7일 개최할 것을 제의했으나 8일 오후까지 북측은 무응답이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이 지난 6월말 금강산에서 열린 1차 적십자회담에서 비전향장기수 송환 '즉시' 2차 회담을 열어 면회소 설치·운영 방안을 논의하자고 합의한 것과 배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측이 원하던 비전향장기수를 받았다고 배짱을 부리는것이 아니냐"며 "비전향장기수를 한꺼번에 보낸 것은 정부의 실책"이라는 지적까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북측은 오는 12일 북송 일본인 처의 고향(일본) 방문과 22일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제1차 고향방문단 방문 일정 등 나름대로 이득이 되는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1차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비전향장기수 송환에 대해서는구체적인 일시와 방법 등을 명시했지만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인 면회소 설치·운영에는 실천을 담보하는 일시와 방법을 좀더 명확하게 합의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함께 경의선 복원 실무접촉에 대해서도 "북측이 적십자회담에도 응하지 못할 정도로 내부적인 문제점을 노출했는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또다시 회담을 제의해 현재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허문영(許文寧)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빠르게 진행되는 남북관계 속에서 북측도 나름대로 내부 조율작업을 통해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일시적인 문제일뿐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책임론과 함께 '무응답'이라는 관례에 어긋나는 북측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남북은 그동안 제의와 수정제의를 통해 회담 일정 등에 합의하는 관례를 암묵적으로 존중해 왔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북측이 회담과 실무접촉에 대한 입장표명을 미룬 채 날짜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북 양측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기능을 복원한 판문점의 당국간 연락사무소조차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연철(金鍊鐵)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북사업을 하는 민간기업들도 최근들어 북측의 대남사업 파트너를 만나 대화하기조차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안다"며 "정상회담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남북간의 다양한 행사와 회담으로 북측의 '대남일꾼' 부족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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