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석유수출국 기구)가 일요일이던 지난 10일 회의를 열어 하루 생산량을 3%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 후 석유시장이 열리는 첫날이던 11일부터 뉴욕.런던 등에서는 값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연말에는 국제 원유가가 40달러에 이를 것이며, 에너지 위기가 닥쳐 세계 경제가 위협받으리라는 전망이 더욱 득세하고 있다.
◇증산 합의=OPEC는 사무국이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난 10일 석유장관 회의를 열어 다음달 1일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80만 배럴씩 늘리기로 했다. OPEC는 현재 하루 2천540만 배럴씩을 생산하고 있어, 증산폭은 3%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회의는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던 것이고, 국제적 압력 때문에 50만 배럴 이상 증산에 합의하리라 예상되자 지난 주말엔 국제 원유가가 오랜만에 주춤하는 장세를 보였었다.
◇시장의 반응=그러나 이같은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11일부터 당장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에서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10월 인도분) 배럴당 가격이 33.80달러로 개장된 뒤 35.14달러로 상승했고, 장중 한때 35.85달러까지 치솟기까지 했다. 런던에선 북해산 브렌트유 거래가 31.90달러에 시작된 뒤 33.58달러로 마감됐으나 역시 34.05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현지시간 12일에도 유가는 등락을 거듭해, 뉴욕에선 35.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4.28달러에 마감됐다. 런던에서도 34.38달러까지 상승했다가 32.68달러로 장을 마쳤다. 12일의 주춤세는 11일 나온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은 증산폭 '80만 배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OPEC는 이미 70만 배럴을 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의 실제 효과는 10만 배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망=증산 결정이 알려진 뒤 미국의 에너지 장관, 독일의 교통장관 등은 즉각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OPEC의 의장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 역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에너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곧 겨울이 닥치면 원유가가 4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이제 세계는 에너지 위기로 들어가고 있으나 OPEC 혼자서는 이를 막을 힘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산국들은 여전히 "소비국들의 터무니 없이 높은 세금 때문"에 석유의 소비자 가격이 높다고 소비국들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반면 유럽 22개국 600개 도시와 태국 등은 고유가에 항의, 오는 22일을 '차 없는 날'로 지정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또한번 어려운 겨울을 맞게 된다면 또다른 선택을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의 동향=OPEC는 "이번 증산 결정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경우 두달 후에 다시 증산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들은 12일에 이번 증산 결정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는 에너지 절약 및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했다. 아시아 태평양 15개국 관련 업계는 11일 태국 파타야에서 천연가스 회의를 열고 이것을 석유 대체에너지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프랑스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에너지 소비를 15% 줄일 수 있는 절약 프로그램 실시를 계획 중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럽연합은 10년 이내에 전기 수요의 21%를 풍력.태양열.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토록 회원국에 의무화하는 규정을 오는 12월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현재 이 비중은 15%이며, 전체 전기의 4분의 3을 원자력 발전으로 해결하고 있다.◇유럽의 시위=프랑스에서 시작된 뒤 지금은 전역으로 확산됐다. 영국에서는 12일 현재 전국 1만3천여개 주유소 중 3분의 1 이상에서 재고가 바닥났으며, 정유공장 등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대형트럭들이 연결 도로를 차단해 12일 브뤼셀의 도심이 마비됐고, 독일에서도 이날 처음으로 도로 봉쇄 시위가 시작됐다. 네덜란드.폴란드.아일랜드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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