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가치 하락을 부추긴데는 경기 침체라는 외부 환경이 있기도 하지만 주택업체들의 '비정상적' 분 양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분양만 하면 아파트가 동이 나던 때와 달리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업체들은 무분별한 사업확장 에 나서 공급과잉 현상을 낳았다. 특히 90년 이후 주택보급률이 수직상승한 상황에서 IMF 외환위기가 겹쳐 주 택업체들은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고 최악의 경우 파산에 이르기도 했다.
대다수 현장에서 저조한 분양률을 경험한 주택업체들은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발목이 묶여 공급조절 이라는 처방을 내놓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나온 것이 소위 아파트 '밀어내기'였다.
초기 분양광고나 직원 상담을 통해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상당한 금융비용을 부담하는데도 분양 률 저조를 우려한 주택업체가 일정 시점이 지난 뒤 할인 형태로 아파트를 파는 것이다.
칠곡 ㅎ아파트, 하양 ㄹ아파트 등은 초기 계약자와 중도 계약자간 분양가격 차이가 생겨 적지않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결국 주택업체가 기존 계약자에 대해 동등한 할인율을 적용, 분양금액 일부를 환불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후유증은 아파트 분양 제도 불신으로 이어졌다.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아파트를 초기에 분양받을 이유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정 부가 주택부양책으로 내놓은 전매제도까지 합법적이어서 수요자 쪽에서 보면 분양 이후 언제라도 아파트를 구 입할 수 있다. 업체 부도에 대한 우려가 적고 초기 비용 부담이 없는 시점에 집장만을 할 수 있다는 설명.
여기에다 채산성이 악화된 주택업체가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현금 아닌 아파트를 주는 '대물'이 성행하면서 분양질서를 혼란으로 몰고 갔다. 대형 평형으로 갈수록 할인율이 높아져 1억 몇천만원짜리 아파트 가 2천만~3천만원 정도 할인되는 게 보통이었다. 지금도 대구 시내에서 미분양이 있는 대형평형 현장은 수천만 원씩 값을 내려놓아도 살 사람이 없는 경우가 있다.
아파트 업체의 할인과 공사 대물 남발은 기존 입주자 또는 입주예정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안겼다. 아파트 가격 형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 33평형 기준으로 공사기간 2년~2년6개월동 안 계약금, 중도금, 잔금에 대한 금융비용이 1천만~1천500만원인데도 이를 보장받을 길이 없다. 완공된 아파 트 가격이 분양가에서 몇백만원 더 주는 것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것은 도심에서조차 흔한 일이 됐다.
아파트 업체가 분양제도를 임의적으로 해석, 활용하는 바람에 수요자들에게 불신을 안겨줬고 이런 불신은 아파트 업체에 분양률 하락이라는 것으로 고스란이 돌아갔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이익을 보는 것이 아 니라 함께 손해를 봤던 것이다.
주택업체 한 임원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업체들은 고객 불신을 감수 하더라도 밀어내기식 분양을 했던 게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 완공 후 분양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야만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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