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북 식량지원, 국회거쳐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對北) 식량지원은 신중히 검토 돼야한다. 북한이 올들어 심각한 가뭄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우리도 국내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중첩돼 있는 만큼 무턱대고 북한측 요구대로 식량 지원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북한의 식량 사정이 위급하다하더라도 국가간의 외교관계나 경제협력에는 밟아야 할 절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사전에 아무런 국민적 합의나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일부 장관이 "외국에서 식량 60만여t을 도입해서 다음달부터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발설하고 나선것은 무언가 선후(先後)가 잘못 됐다는 느낌이다.

정부 입장에서야 북한이 요구하는 식량차관 100만t중 적어도 60~70만t을 제공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윤활유가 된다는 측면에서 늦어도 10월초까지 차관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북한측이 막상 식량 차관을 받고난 연후 이를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부터가 문제다. 지난 95년에 일본의 대북 식량지원 사례를 보면 총 50만t중 15만t은 무상으로, 나머지35만t은 10년 거치, 30년 상환이어서 사실상 무상공여나 진배 없는 꼴이다. 그런만큼 이런식의 차관이라면 생색은 현 정권이 내고 부담은 다음 정권이 지는 꼴이라 비난받기 십상이기 때문에 식량차관은 재검토 돼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국내 사정도 무턱대고 대북 지원을 펑펑해댈만큼 원활하지 못하다. 전반적으로 국내 경기가 하강하고 있고 원유가 급등으로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이런 시점인 만큼 정부가 굳이 대북 식량지원을 하겠다면 국회 동의를 얻어 국민 합의부터 얻어내는 절차를 받아내는 것이 선결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회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남북협력기금에서 1천500억원 정도를 마련, 식량 60만여t을 지원하려고 서두르는 것은 우리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은 처사라 지적할만 하다.

지금 전국적으로 결식 아동만도 16만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땅의 어려운 이들을 외면한채 대북 지원에 그나마 모자라는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대북 식량지원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원되는 곡물의 지원규모와 그지원 방식만은 국회의 동의를 얻는 등 우리의 처지에 맞게 적절한 것이 돼야 한다는 것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남북대화는 국민적 합의하에 투명하게 진전되기를 재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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