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4월29일. 일본 지바 니폰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3천여명의 재일동포들은 서로 얼싸안고 둥실둥실 춤을 추었다. 그날은 남과 북이 없었다. 열세예상을 뒤엎고 현정화, 리분희, 유순복 등 남북 삼총사가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결승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제친 것이다. 3대2. 코리아팀의 우승. 중국의 세계선수권 9연패 꿈이 산산 조각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3시간43분의 혈전을 마무리하는 순간 당시 남의 이유성, 북쪽의 조남풍 코치가 얼싸안고 목놓아 울었다. 남.북분단이후 체육사상 처음으로 구성한 단일팀의 결과가 세계평정의 결과였다.
남.북 단일팀 코리아의 힘은 청소년축구대회에서도 드러난다. 91년6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 남북단일팀이 8강에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예선 첫경기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제친 것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경기종료 2분을 남기고 평양체육대 조인철의 빨랫줄같은 20m 중거리 슛으로 천금같은 결승골을 뽑아냈다. 예선 2차전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도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후반전 종료 20초전 최철(평양체대)이 기적같은 동점골을 터트려 '코리아팀'이 8강의 신화를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 된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포르투갈에는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0대1로 졌지만 1승1무1패로 8강에 올랐다.
지난 10일 확정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북한 선수단의 동시입장은 '통일 체육'으로 가는 모습이다. 남북 구분없이 우수선수를 선발해 단일팀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일이지만 올림픽개막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어우러져 행진할 모습은 남북체육교류의 새 장(場)을 여는 쾌거다. 독일이 56년 멜버른올림픽 등 네차례에 걸쳐 단일팀으로 참가한 교류의 역사도 있는만큼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체육통일'이 이루어 질 날은 한민족 모두의 바람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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