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역에서 엿보는 문화

지난 8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지하철 '성당못역'에서는 이국적인 멜로디가 50여명은 족히 넘을 '즉석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신나는 리듬이 나오면 박수를 치고, 환성을 지르고, 사람들은 자신이 가야할 행선지를 잊은듯했다.

대구지하철공사가 남미 에콰도르의 안데스민속음악공연단을 초청, 지난 4일부터 닷새동안 지하철 '중앙로역'과 '성당못역'에서 열었던 행사 가운데 한 순서. 민간외교사절활동을 하고 있는 이 공연단은 출연료도 없이 공연을 선뜻 해줬다.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하철 역사를 공연과 전시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활속의 친근한 문화공간으로 꾸며보려는 노력이 지역에서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지하철공사는 물론, 민간 공연기획단체까지 지하철 역사의 다양한 문화적 활용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대구지하철공사가 개통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안데스민속음악공연단의 무대도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 하루 3차례 공연이 열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대구지하철공사는 지하철 역사의 문화공간화를 위해 각 대학에 협조공문을 보내 대학내 각 단체가 공연이나 전시행사를 할 때 지하철 역사를 이용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대구지하철공사 김용출(44)대리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지하철을 문화공간으로 만들려는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지하철공사의 어려운 재정여건상, 많은 예산을 들인 공연은 어렵지만 시민.학생단체 등과 협조하면 다채로운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부 공연기획사들도 지하철 문화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살사댄스, 록.블루스.재즈 등 다양한 공연을 마련, 클럽의 문화공간화 운동을 하고 있는 '바바루문화기획'의 경우, 각 지하철 역사의 특징에 따라 마임.통기타.실내악.현악.록.재즈.댄스 등 다양한 공연행사를 열 계획. 조만간 대구지하철공사측과 접촉, 공연기획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바바루문화기획 황보민(32)대표는 "지하철 역사공연도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무대가 돼야 한다"라며 "지하철 공연은 색다른 거리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뉴욕, 파리지하철 등 선진국의 지하철역에는 엄격한 오디션을 거친 뒤 지하철에서만 전문적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수백여명의 '지하예술가'가 활동하는 등 공연.전시문화가 활성화돼있으며, 서울지하철도 지난 5월부터 바이올린공연 등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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