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자신의 일상(日常)을 떠나는 것이지만, 결국은 되돌아오고야 만다. 그것도 자신에게로. 먼 피로와 함께 어떤 낯선 곳에 닿아, 짐을 내려놓고 천장이나 벽 모서리 하나쯤 골라잡아 먹먹하게 바라본다. 이쯤 되면 내가 있는 곳은 침묵의 내면(內面)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시에 와 있는 것 같다. 침묵의 낯선 도시! 그렇게 떠나고자 했던 것이 결국에는 자신에게로 되돌아오고 만 것 아닐까? 여행은 자기에게로의 회귀(回歸)다.
지난 여름, 파리에서 남불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끝없는 벌판과 비옥한 땅을 탐내며 하루를 꼬박 달렸다. 얼마나 갔을까? 점심 도시락도 이미 먹었는데 정체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차창으로 목을 길게 뽑다가 내려서 걷기 시작했고, 검은 햇살이 떨어지는 도로 위에서 네 시간 동안 저마다 할 수 있는 일들은 다했다. 제 주인을 따라 휴가나선 말(馬)들은 마치 무슨 수도원의 고승들처럼 그 8월의 뙤약볕을 침묵으로 견디는 것이었다.
그놈들의 저 커다란 눈을 바라보다가 온통 자괴감으로 부서져 머리에서 김이 날 때쯤, 공사중인 그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다. 마을 어귀에서 볼에 깨를 엎질러 놓은 듯한 소녀들이 어떤 봉지를 나눠주며 정체로 인하여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게 자신들의 잘못인가! 그 속에는 물 한 병과 사과 주스, 그리고 물수건이 몇 장 들어있었다. 오랜 시간의 정체와 짜증은 어딜 갔는지 모르겠고 숨을 고르며 그 마을을 살펴보았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오후의 햇살과 고풍스런 거리와 마을의 알뜰 장터며 냇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주 부러워 보였다. 여행을 멈추고 싶은 수이악(Souillac)! 그곳은 내적 회귀(回歸)의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유럽의 휴가철처럼 우리는 명절이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그리고 곳곳에서 정체로 숨이 턱에 찬다. 올해는 어떤 마을 어귀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친절에 넋을 잃을지 모르겠다.
군위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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