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유가 '방심하다 큰 코 다칠라'-3차 오일쇼크 우려. -시리즈-

겨울이 바짝 앞으로 다가왔다. 가을이 한창이어야 하지만 그 어느 해보다 춥고 긴 겨울이 벌써부터 시작된 듯 하다. 91년 걸프전 당시의 2차 오일쇼크에 이어 3차 오일쇼크가 오는 것인지 모두들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고유가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를 이겨내는 슬기는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고유가, 지나가는 비 아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산 유가는 13일 배럴당 29.45달러로 전날에 비해 1.35달러 내렸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32.63달러로 1달러,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34.30달러로 0.8달러 하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의 증산결정과 미국의 비축유 방출발표 등에 영향받은 인하세였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공급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여전하고 북반구에 겨울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비축분이 24년만의 최저수준이고 정유능력 여유가 부족하다는 분석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올 겨울 두바이산 원유가를 배럴당 29~30달러로 전망했다. 당초 정부 예상가 22~24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30달러를 넘는 고유가는 우리 경제의 큰 짐이다. 추가부담액이 한해 반도체수출과 맞먹는다.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애써 벌어들인 외화가 기름값으로 흘러나간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고소비구조여서 고유가 폐해가 증폭된다.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이지만 석유소비량은 6위로 경제규모에 비해 석유소비가 과다하다. 또 지난 20년간의 에너지소비증가율을 GDP 성장률로 나눈 에너지탄성치는 1.1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에너지 소비가 경제성장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얘기다. 우리와 같이 자원빈약국인 일본의 에너지탄성치가 2차 오일쇼크 이후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정책에 힘입어 0.66을 유지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총 수입액 대비 에너지 수입비용도 95년 13.8%, 97년 18.8%, 99년 19%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무려 22.5%를 차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에너지 소비량은 7천710만 TOE(원유 1톤에 해당하는 열량)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는 경제지표에 바로 연결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원유 수입액은 8억8천만달러 증가하고 수출은 1억7천만달러 감소, 무역수지는 연간 10억5천만달러 악화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고유가사태는 세계경제 전체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리겠지만 특히 선진국보다 아시아 신흥시장국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소비구조가 후진적인 우리에겐 흘려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국제 유가 잇따른 폭등에도 국내 에너지 낭비 여전하다

국제 유가가 연일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중.대형 자동차의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국민소득 대비 에너지 소비가 선진국 수준을 훨씬 웃도는 등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티즈, 아토스 등 경차 판매량은 모두 7천81대. 지난 7월의 8천974대에 비해 21.1% 줄었고 지난해 같은달의 9천108대와 비교해도 22.3% 감소했다. 지난달까지 경차의 총 판매량은 6만2천87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의 9만423대에 비해 무려 30.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월등히 높은 대형차의 지난 8월 총 판매량은 6천4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5% 팔렸으며 연초부터 8월까지 판매량 또한 5만2천17대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무려 42.6%나 증가했다.

한편 에너지관리공단이 발표한 세계 각국의 GDP대비 에너지 소비량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에너지 소비액이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2toe(에너지 환산톤)/천달러로 미국의 0.32toe/천달러를 월등히 앞선다는 것.

유럽 선진국인 독일의 0.17toe/천달러, 이탈리아 0.14toe/천달러는 물론 이웃한 일본의 0.16toe/천달러, 비슷한 경제수준의 대만 0.29toe/천달러에 비해서도 훨씬 높았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IMF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지출에서 모든 항목의 소비가 위축됐지만 수도.광열비만은 평균 6만8천원에서 7만4천300원으로 증가했다"며 "이번 국제유가 급등을 계기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정착시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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