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안등 농작물 피해 커 설치위치 신경써야

추석을 맞아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을 찾을 때마다 듣게되는 이야기 속에는 반가운 일 보다는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일이 많은 것도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일까. 특히 수확 철인 요즘 시골의 보안등 문제는 심각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몇년 전 우리 논두렁에 설치된 보안등 때문에 야간에 잠을 자야하는 벼가 결실되지 못하고 쭉정이로만 남은 현실을 보고 관할 파출소를 찾아가 항의해 시정은 되었지만 십 수년 동안 막대한 손해를 보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마을 정자나무 옆의 밭뙈기에 심은 콩이 전혀 열리지 않고 잎만 무성하여 모두 뽑아 이웃집에 소먹이로 주셨다며 애석해 하셨다. 야간에 잠을 자야만 결실하는 벼와 콩 등이어서 한때는 고속 도로변의 밝은 가로등 문제로 농민들의 집단 반발을 산 적도 있지만 보안등의 설치 초기 위치 선정에서부터의 고려는 물론 결실기만이라도 일시 소등하는 등 깊은 배려가 요청 되기도 한다. 연로하신 어르신이 관공서를 찾아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우며, 생전의 아버지께서는 몇 차례 항의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미온적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수확을 눈앞에 둔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태풍으로 인해 쓰러진 벼만 해도 가슴아픈 일인데 가로등이냐 보안등 때문에 수년 동안 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그들을 배려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농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논밭 가까이 설치된 보안등 때문에 켜면 끄는 악순환이 빚어지기도 하고, 견디다 못해 점등 스위치를 없애 버리는 사례가 빈발하는 이유를 관계 당국은 헤아려 시정조치 함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성병조 (대구시 범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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