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정기국회는 열어 놓고도 공전시키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민생현안은 밀쳐놓고 대결을 펼치는 정치권이 국민들의 부담을 지우는 일에 의기투합 했다. 국민의 건강위기와 암환자들의 생명이 꺼져 가는 심각한 상황이 계속돼도 의사와 약사등 의약분업 당사자들의 협상주선 등을 제쳐놓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처럼만에 이견(異見)이 없다.
사전에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구색도 갖추었고 논리전개도 거의 비슷해 놀랄 지경이다. 지방의회의원들에게 월급여형식으로 돈을 주자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당초 광역의원만 적용키로 한 이 유급제가 어느새 기초의원까지 포함돼 '큰정치를 하는 큰마음'은 순발력도 뛰어 났다. 마음 씀씀이가 저정도는 돼야 '더큰것'도 얻을수 있겠구나하는 때늦은 깨달음도 있다. 정치적 발상은 늘 자기를 지지해주고 영향권에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 기본인식이라는 점도 확인하고 있다.
사실 광역이나 기초의원들 상당수가 특정정당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구당 간부이거나 현역 국회의원 또는 지구당위원장의 참모로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에게 유급제를 도입하면 지구당의 조직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예산에서 대주는 꼴이 된다. 국회의원이 내야할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는, 어느 한쪽에서 보면 '참으로 좋은 일'이 그럴듯한 포장으로 추진되고 있다.여.야가 지방의원 유급제를 추진하는 논리는 '전문연구를 위한 예산 배려'와 '지방의원들의 이권개입 부작용방지'라고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돈 없으면 지방단체장에 대한 견제기능도 안된다'는 발상으로도 볼 수 있다. 지방의원 가운데 환경운동가, 여성운동가 등이 포함돼있고 이들중 재력이 없는 의원이 많아 예산배려가 필요하다는 여당측의 설명이다. 한나라당의 설명도 결국은 돈타령으로 귀결된다. '무급제를 고수할 경우 지방의원들의 이권개입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게 관계자의 말이고 보면 지금까지 불거진 지방의원의 비리는 근본원인이 '무보수'에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논리 전개가 궁색하다.
지방의회의원 유급제를 서둘 일이 아니다. 현재 지방의회의원은 유급제를 전제로 해서 선출되지 않았다.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급제는 국민부담도 문제지만 국민들에게 한 약속의 위반도 된다. 명예직이라고 해도 법적 형식만 그럴뿐 실제로는 매달 광역의원은 170만원, 기초의원은 125만원씩을 지급받고 있다. 회기수당이나 여비 등을 포함하면 만만찮은 액수다. 의정활동비, 회기수당, 여비가 거의 매년 오른 사실을 기억한다.
유급제가 불가피하다면 몇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지방의회제도의 개혁이다. 선거구제도를 개선해야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의 확대가 바람직하다. 소선거구제는 지방의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이해에만 매달리는 폐단이 있다. 재력이 당선을 좌우할 소지도 있어 전문인력의 의회진출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선거구 확대는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예상된다. 선거구가 넓어지면 국회의원들이 지방의회의원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더욱 인식하기 때문이다.
의원정수 조절과 공천제도 등도 조정해야 한다. 지방재정 상태 등을 고려하면 의원수 감축은 당연하다. 지방의회의원 신분을 유급직으로 하는 국가들은 의원정수가 적은 소의회형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의원수를 그대로 둘일이 아니다. 기초단체장에게만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기초의원 경우에는 금지하는 공천제도를 바꿔야한다. 기초의원에게도 정당공천을 주자. 어차피 특정정당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초 의원들에게 어쩡쩡하게 공천금지를 내세울 것이 못된다. 현실의 반영이 최선이다.
지방의회의원 유급제 추진은 재고해야한다. 굳이 한다면 제도의 개선이 있어야 된다. 도입시기도 다음임기가 바람직하다. 현재 지방의회의원 임기는 2002년 봄이면 끝난다는 점을 감안할 일이다. 국민적인 동의절차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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