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영화 'JSA' 태풍

세계 영화시장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지배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천문학적 숫자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물량공세와 첨단기술, 뛰어난 인재를 가동하는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무차별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공룡' 할리우드의 엄청난 위세에 밀려 아예 자국 영화 제작을 포기하다시피 한 나라들도 적지 않다. 자본.기술 등 모든 면에서 할리우드에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해 온 한국영화도 근년들어 약진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해부터 우리 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40%를 넘어섰으며, 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는 영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자국 영화 점유율이 일본의 경우 30%, 프랑스가 27%, 영국이 14%에 머물고, 10%를 넘지 못하는 나라도 많은 점을 떠올린다면 한국영화의 약진은 가히 '괄목할 만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가 추석 영화 개봉에서 사상 최대 관객 동원을 기록, 올해 들어 규모와 강도가 가장 크다는 태풍 '사오마이' 속의 '메가톤급 영화 태풍'을 방불케 한다.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서울 41만명, 전국 90만명을 동원해 한국영화는 물론 외국영화를 통틀어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같은 기간 '쉬리'의 22만명을 훨씬 앞지른 수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짙은 휴머니즘으로 풀어낸 'JSA'가 이처럼 메가톤급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은 개봉 극장 수가 많기도 했지만 결코 우연은 아닌 듯 싶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재미가 뛰어난 데다 막강한 스타 파워가 가세했으며, 최근 대북관계의 변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쉬리' 등이 해외에서 히트한 바 있지만 우리 영화도 보다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를 겨냥할 때다. 첨단 영상산업은 고부가가치의 산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풍부한 상상력과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 다양한 실험정신과 첨단기법으로 지금의 영화 중흥 분위기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 영상산업을 새 시대의 전략산업으로 채택한 바 있는 정부가 영화의 성장 에너지를 극대화할 제도적 방안이 무엇인가를 적극 모색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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