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들과 갱생의 삶

살인죄로 20여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한 무기수가 중증장애인들에게 쏟는 사랑과 땀으로 속죄의 길을 가고 있다. 그는 '장애인을 통해 육신이 온전한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 더 고마울 뿐'이라며 몸을 더욱 낮췄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중증장애인 시설 선명요육원의 생활인 강인모(47)씨.

그의 삶이 뒤틀어진 것은 다섯살때 어머니가 가출하면서였다. 새어머니의 눈총과 아버지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온 강씨의 인생은 절도미수에 이은 살인으로 이어져 평생을 영어의 몸으로 살아야할 무기수로 바뀌었다.

수감생활은 세상에 대한 온통 원망뿐이었다. 아무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그에게 기적같은 인생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16년여전 교도소를 돌며 기독교 전도활동을 하던 최귀희(84.자유재활원 원장)씨를 만난 일이다.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그에게 최씨는 천사였다. 한달에 한두번씩 눈이 오나 비가오나 거르지않고 강씨를 찾아 따뜻하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는 서서히 바뀌었다. "어머님(최 원장)을 만난 뒤 싸움 한번 안했어요. 독방에 가면 어머님을 못만날 것 같아 두려웠어요"

그는 현정부가 들어서면서 20년으로 형이 줄고 지난해 5월 세상으로 나왔다. 곧바로 최씨의 아들이 운영하는 선명요육원을 찾은 강씨는 전율을 느꼈다. 세살바기 수준에 머문 20대, 사지가 뒤틀려 누워있기도 힘든 10대, 잠시만 눈을 떼도 계단으로 뛰쳐나가 사고를 내는 어린이, 그러나 항상 웃고 눈이 맑은 장애인들…. '내 신세를 한탄하며 살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걸을 수 있는 것만도 축복이었구나'"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저의 손이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하는 어린이들을 안고 쓰다듬으면 행복합니다. 제가 반드시 필요한 세계가 있었다니 꿈만 같습니다. 돌보아야할 100여명의 식구들이 있으니 자식을 갖지말자고 아내(40)와 약속했어요"崔在王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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