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태지 컴백 엇갈린 반응

4년7개월만에 돌아온 서태지의 위세가 무섭다. 새 앨범을 발표하기도 전에 선주문만 100만장을 넘겼고 지난 9일 그의 컴백공연에는 1만여명이 넘는 팬들이 운집했다.

국내 최고의 발라드 가수로 불리며 음반판매의 보증수표로 자리잡은 조성모의 새 앨범도 서태지의 열풍에 잠시 주춤하는 눈치다.

서태지가 이번에 내놓은 앨범은 그의 말대로 광적인 에너지를 담은 하드코어. 주류를 거부하는 인디밴드들이나 손을 대던 이 음악장르가 과연 서태지로 인해 새로운 주류로 등장할 수 있을지 대중음악 팬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새 앨범에 담긴 음악

지난 8일 발매된 서태지의 솔로 2집은 헤비메탈과 랩을 결합한 강력한 하드코어 음악으로 구성됐다. 서태지는 이번 앨범의 음악적 장르를 '핌프(PIMP) 록'이라고 말했다.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굉음. 거친 음성과 악기소리가 합쳐져 기묘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게 무슨 노래냐'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기존의 헤비메탈 밴드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었던 고급스러운 소리가 만들어졌다는 평을 내는 전문가들도 많다. 38초짜리 도입곡을 비롯, 모두 9곡이 수록됐다. 가사가 있는 노래는 머리곡인 '울트라맨이야', '탱크' '오렌지' '인터넷 전쟁' '대경성' '기억나니' 등 6곡. 머리곡으로 내세운 '울트라맨이야'는 만화주인공 '울트라맨'에 대한 어린 시절의 동경을 담아내고 있다.

나머지 3곡은 38초짜리 도입곡과 '표절', '려고' 등 연주곡 2곡.

노랫말도 무언가 메시지를 담으려한 노력이 역력하다. '울트라맨이야'에서는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 마니아가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인터넷 저질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세상을 꼬집은 '인터넷 전쟁', 부패한 사회와 정치권을 풍자한 '대경성' 등 서태지 특유의 가사가 이번 앨범에도 녹아 있다.▶과연 흥행에도 성공할 것인가

서태지 새앨범은 엄청난 추세로 팔려나가고 있다. 발매되기전 이미 100만장 이상 팔려나갔을 정도.

대구지역 한 음반도매상의 경우, 발매 첫날인 지난 8일 하루에만 2만장이 넘는 물량이 나갔다. 이 도매상 관계자들은 서태지의 음반이 나오기 전날 물건을 맞추기 위해 밤샘작업을 했다는 것.

음반판매점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태지의 음반을 사가는 연령층은 주로 20대 초반. 10대와 20대 후반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서태지의 활동이 왕성할 무렵, 10대였던 팬들이 여전히 서태지의 고정팬으로 남아있다는 얘기.

하지만 서태지의 음반판매가 장기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하는 음반판매상들은 적다. 음악이 어려워 대중성을 띠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음반도매상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가요계 최고 스타인 조성모도 발매 첫 날 우리 업소에서만 3만장이 넘는 물량이 나갔다"며 "서태지의 음반판매량은 발매 1주일을 고비로 하향곡선을 그을 가능성이 크지만 다양한 연령층대에서 선호도가 높은 조성모는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백을 둘러싼 기대와 냉소

서태지가 활동했던 기간동안 그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터라 이번 컴백을 둘러싼 평가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장에 '힙합'과 '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던만큼 새 앨범에 담긴 하드코어 음악도 서태지로 인해 새로운 인기장르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서태지에 거는 가장 큰 기대.

서태지는 이와 관련, "(언뜻 들어보면 어려울 것 같지만)한번만 더 들어보면 정말 좋은 음악"이라며 자신의 새음악에 대한 '작품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서태지의 복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 은퇴번복에 대한 비난을 비롯, 신비주의에 의존한 앨범 판매전략, '이것이 내음악이다'라고 할 만한 음악적 기조가 없다는 것 등.

한 대중음악 기획사 관계자는 "'어떻게 저런 음악을 들고 나올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서태지의 변신은 무서울 정도"라며 "새로운 음악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결코 도외시할 수 없는 대중성이라는 측면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는 것이 향후 서태지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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